문득 떠오른 어린 내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책을 읽다가 잊고 있던 장면이 떠오른 오늘
「서점의 말들」 서문을 읽다가 어릴 때 다녔던 서점이 생각났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에서 큰길 쪽으로 나오면 육교가 있었고, 육교를 건너 조금 가면 작지 않은 규모의 서점이 있었다.
엄마랑 주로 문제집을 사러 그곳에 다녔는데, 서점은 무척 밝았다. 밤에는 더욱 밝아 눈에 금방 띄었다. 문제집의 매끈한 표지가 늘 서점 불빛에 반사돼 반짝였다. 그때 서점이 그렇게 밝게 느껴졌던 건, 지금도 `밝았다'는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건, 당시 내가 살던 공간과 시간이 그만큼 밝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점에서는, 책을 사면 작은 책갈피를 주었다. 좋은 문구가 적힌 작은 종이를 비닐 코팅하고, 위쪽에 구멍을 뚫어 끈을 달아놓은 것이었다.
눈앞에, 당시의 서점과, 문제집이 든 서점의 비닐봉투를 들고 엄마 손을 잡고 길을 가고 있는 내가 보였다.
당시의 나는 쓸쓸한 것 같다. 새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서 조금은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뒤돌아 지금의 나를 보는 그때의 나는 어둠이 있는 표정이다. 그때도 내 안에는 가을바람 냄새 같기도 하고 노을빛 같기도 한 쓸쓸하고 어두운 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