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하루는 더 살겠다고 했다.
<인생 후르츠>를 본 오늘
만나게 될 것들은 언젠간 만난다는 생각을 한다. 책, 작가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이 다큐멘터리가 그랬다. <인생 후르츠>
2018년 개봉한 일본 작품이고 건축가 슈이치 할아버지와 그의 부인 히데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겼다. 건축가로서의 모습도 인상이 깊었지만 오래오래 함께한 두 분의 모습도 많이 와닿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오래오래 서로 존중하고 위해주며 살아오신 분위기를 느꼈다. `나도 저렇게!'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들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내레이션이 있는데, 그것을 몇 해 전 돌아가진 일본 배우 키키 키린님이 하셨다. 사실 <인생 후르츠>는 개봉할 때 `봐야지'했다가 못 보고 그 뒤로 잊어버린 작품이었다. 그러다 키키 키린님의 책에서 내레이션 했던 이야기를 읽고 `맞아! 보려고 했던 건데'했다가 다시 까먹고는, 이용하고 있는 케이블 채널 영화 홈에서 이번에 발견하고 보게 된 것이다. 몇 년을 잊혔다 생각났다를 반복하다 결국 만나게 된 작품. 역시 만날 운명이었어.
<인생 후르츠> 마지막 부분에서는 슈이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전날까지 평소처럼 지내고 저녁을 드시고 잠자리에 드셨다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평온하게 돌아가셔서 그런지 누워계신 모습도 화면에 담겼는데 무섭지 않았다. 평소 모습 같았다. 연세는 90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할아버지보다 몇 살 아래인 히데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 한편에 할아버지 사진을 놓은 공간을 마련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 사진 앞에 놓는다. 어떤 마음일까 가늠하기 어렵고 마음이 뭉글뭉글 해지는데 옆에서 남편이 "내가 먼저 죽으면 저렇게 하지 마"라고 말한다. 나는 "단팥빵 놔줄게"라고 대답. 농담인지 진담인지 나도 모르겠는 말.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남편이 자기가 나보다 하루는 더 살고 죽어야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죽으면 나는 울다가 죽을지도 몰라"그랬더니 "안 그래도 그럴 것 같아서 그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씩씩하게 있다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실 때부터 같이 울었는데 그걸 남편이 알아챘다. 나보다 앞에 있어서 모를 줄 알았는데 눈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울지 마"라고 해 깜짝 놀랐다. 우는 걸 들키기 싫어 참다가 조용히 흘렸는데 어떻게 알았지.
아무튼 자기가 나보다 먼저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남편이(아직 인생의 반쯤 살았을 뿐인데 왜 그런 말을 벌써부터 하는지..) 나를 두고 가는 게 불안해 나보다 하루는 더 살아야겠다고 삶의 의지를 보였으니 그걸로 됐다.
그런데 정말, 슈이치 할아버지, 히데코 할머니처럼 살면 좋겠다. 천천히 오래오래 사이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