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부동산에 내놓으면서부터 집이 편하지 않게 되었다. 언제라도 집을 보러 낯선 사람들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신경이 쓰였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려 더 애쓰게 됐다. 속옷 등이 보이지 않게 빨래는 되도록 저녁에 해 아침에 걷었고, 설거지한 그릇도 마르면 재빨리 찬장에 넣었다. 청소도 더 열심히 했다.
그렇게 했어도 집을 보여주고 난 다음이면 기분이 이상했다. 살림뿐 아니라 내 생활의 민낯이 집을 보고 간 사람들 눈에 드러난 기분이었다.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훤히 드러난 느낌.
박완서 작가님의 「잃어버린 여행가방」이라는 수필집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작가님은 여행가방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누가 그 가방을 연다면 속옷이나 양말 등이 쏟아져 나와 창피했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작가님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육신이라는 여행가방 안에 깃들어있는 영혼이 밝음 앞에 드러나는 순간이 아닐까 사유한다. 하지만 나는 영혼까지 생각할 겨를 없이, 누군가에게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보여준다는 일이 꼭 내 여행가방이 사람들 앞에서 열리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그런 감정은 집을 보여주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라졌고, 나도 다른 사람 집을 보러 다니게 되면서 거의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내가 집을 보러 다니니, 사람들이 살림을 보는 게 아니라 집을 보는 거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다행스럽게,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기 전에 계약이 되어서 이제는 빨래를 아무 때고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고, 집을 오래 비우는 외출도 자유롭게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삿짐은 내가 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