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로 진단되다
이상하다.
오톨이 표정이 평소랑 다르다. 눈이 세모 모양이 되었고 입꼬리가 살짝 더 내려갔다. 힘들어 보인다.
고양이에게 표정이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엄마는 안다.
사뿐사뿐 걷지 않고 터덜터덜 걷는 것 같더니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오톨이, 아프구나. 가슴이 철렁한다.
병원에서 늘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온 덕(?)에 마음에 충분한 굳은살이 배겨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식이 아프고 보니 마음이 또 다르다.
아픈 것으로 의심되는 오톨이를 바로 둘러업고 얼마 전 개업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내과 전공의 수의사 선생님네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 시기에 나는 병원 이직을 준비 중이어서 잠시 쉬는 중이었기에 근무 중인 병원이 없었다.
"선생님~ 우리 오톨이가 아픈 것 같아요!"
"네? 오톨이가요??"
"당뇨가 의심되는 거 같은데... 필요한 검사 해주세요"
역시나... 수의사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좋아할 일이 아니라구!) 오톨이는 당뇨로 진단되었다.
혈당 수치가 500 이상으로 측정되었고 요당이 검출되었으니 당뇨는 확실해졌다.
케톤산증이 왔는지 체크하고... 췌장이랑 간 상태 체크하고... 인슐린을 최저 농도부터 주면서 혈당 곡선을 그리고... 또 뭐였더라... 수의사로서 늘 하던 일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AI처럼 리스팅 되었지만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늘 진료실 안에서 설명하며 토닥이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내가 반대편에 앉아있다.
"선생님 다 아시죠? 고양이 당뇨... 뭐...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열심히 치료해 봐요 우리"
수의사를 보호자로 앉혀둔 김쌤도 (앞으로 내 글에서 김쌤으로 불릴 오톨이 주치의님) 마음이 편친 않겠다.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했던가.
감정에 휘둘려 보통 보호자들보다 훨씬 더 진상 짓을 할게 뻔한 수의사엄마 대신 객관적으로 아이를 봐주고 같이 노력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김쌤이 있어서 한결 위안이 되었다.
이로서 우리 오톨이 묘생의 제2막이 올랐다.
당뇨 고양이 오톨.
우리 잘 이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