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집에서 내가 관리를 좀 해보기로 하고 연속 혈당계 (고양이 몸에 작은 장치를 장착해서 휴대폰으로 센서 인식을 하면 당수치를 알려주는 왕 편하고 왕 비싼 기계)를 달고 집으로 왔다.
며칠을 인슐린을 주며 당을 측정하며 식이조절을 해보았지만 당이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았다.
일반적인 당뇨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고양이마다 치료에 대한 반응 속도는 다를 수 있기에 입원하여 수액을 맞으면서 초기 관리를 해보기로 했다. (이미 이때 뇌종양 때문에 당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었는데 너무 일반적이지 않은 질환이라 당시에는 처음부터 의심하지 못하였다. 확진까지 9개월이 걸린 이유.)
다시 찾은 김 쌤네 병원.
병원에 있는 동안 스트레스받지 않게 잘 좀 봐달라고 온갖 진상을 떨고 오톨이를 병원에 두고 혼자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왔는데... 이건 무슨 느낌이지?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느낌. 이런 걸 공허함이라고 하는 건가?
집에 한 서린 처녀귀신이라도 지나간 듯 냉랭함이 맴돌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한, 이 공간에는 공기조차 사라져 버린 듯한 답답한 적막이 나를 타격했다.
생각해보니 오톨이는 아기 때 우리 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집에 오면 반드시 집에 있어주던 존재였다. 단 하루도 오톨이가 없는 집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나는 밖에 나가서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외식도 하고 산책도 하지만 오톨이는 항상 내가 돌아오면 집에 있었다. 나는 그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톨이가 우리 집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그냥 그 자리에서 눈물이 흘렀다. 미안하고, 그리웠다.
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하며 온갖 끔찍한 질환을 겪는 많은 환자들의 오랜 입원 생활을 그렇게 보아놓고, 기껏 당뇨 정도의 질환으로 며칠 입원 맡긴 게 다면서 웬 주책이냐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충격처럼 다가온 허전함이 나를 휘감았다.
오톨이는 꼬옥 안아주는 걸 좋아한다
형아 없으니까 그리 넓지도 않은 집이었는데 이제 집도 엄마도 다 내 독차지라고 생각하는 듯 어쩐지 좀 더 신나 보이는 철없는 도톨이의 애교가 나를 웃겼지만 하루 종일 카톡으로 오톨이의 상태 메시지나 사진이 오지 않을까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보호자의 마음이었다. (그래도 병원에 연락해서 사진을 재촉하지는 않음. 차마 그런 짓까지 할 순 없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