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생했어, 우리 쫄보

오톨, 퇴원하다

by 날개

며칠간 수액을 맞고 인슐린 농도를 높여가며 관리를 하니, 그나마 초고혈당에서는 벗어나게 되어 일단 퇴원을 하기로 했다.


오톨이를 데리러 병원으로 날아갔다.

오톨이는 며칠간 난생처음 집이 아닌 곳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서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낯선 사람들이 자기를 시간마다 만지며 혈당을 재고 심지어 주사기로 찌르는 고문(?)을 당했고 심정이 말이 아니었을 터였다.

피를 뽑을 때에도 팔을 그냥 내어주고 반항 한번 못할 정도로 아주 순하지만 겁이 많아서 낯선 곳에 가면 사시나무처럼 떠는 오톨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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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리 없는데여 (feat. 니가 타조냐)


오톨이는 나를 보자마자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기기 시작했다.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하고 그릉그릉 좋단다.

고양이의 눈빛이 변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실제로 느꼈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고는 갑자기 빛나며 생기를 찾던 눈동자를 보며 고양이는 보호자를 못 알아본다는 낭설을 완벽히 반대 고증(?) 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강아지 환자를 퇴원시킬 때, 보호자분이 오면 달려 나가면서 꼬리 치고 빙글빙글 돌며 탭댄스를 추는 강아지들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보호자분께 바로 안겨드리지 않고 바닥에 놓고 뛰어가게 만든 적도 많았다. 다 나은 강아지가 달려가서 보호자에게 안길 때의 그 뿌듯함이란.

고양이들은 그 정도의 표현을 하진 않는 데다 옆에 수의사가 있으면 여전히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분을 반긴다는 것을 강아지처럼 극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는데, 오톨이를 보니 그간 고양이 보호자분들도 강아지 못지않은 반김(?)을 느끼셨을 것이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오톨이는 완전히 뻗어버렸다.

며칠을 잠을 한숨도 못 잔 건지... 원래 하루에 20시간 자야 되는 앤 데 제대로 못 자고 웅크리고 불안해했을 오톨이의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오톨이 너를 위한 거였어. 이해해줘. 잘 이겨냈고, 고마워.'

병원에서 내가 많이 그리웠던지, 꼭 내 근처로 와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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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오톨이 집에 왔어요


삐돌이 강아지, 고양이들은 퇴원 후에 집에 가면 자기를 무서운 곳에 혼자 두고 갔던 보호자한테 삐져서 며칠간 등을 돌리고 흥! 하고 있다던지 불러도 안 오고 못 들은 척한다던지 저만치 떨어진 곳에 굳이 앉아서 쳐다본다던지 하는 행동을 한다는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자주 들어왔는데, 우리 오톨이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어찌나 쿨한지. 안 삐지고 오히려 더욱 껌딱지가 되어 돌아와 줘서 엄청 고마웠다.

'엄마가 거기다 오톨이 놓고 왔는데도 안 미워? 오톨이 위해서 그랬단 걸 아는 거야? 엄청 똑똑하네?'

혼자 중얼거리며 잠자는 오톨이를 조심스레 쓰다듬는다.


이제 당뇨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오톨이랑 나랑 둘이.

뇌종양으로 인한 당뇨라는 걸 몰랐던 이때에는 당뇨 관리만 잘하면 완치할 줄 알았다. 걱정 반 희망 반으로 내 모든 능력을 동원해 치료를 해내리라 다짐했다.



20201016_135519-1.jpg 엄마 형아 왜 계속 잠만 자? 깨워도 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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