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혈당에서는 벗어났지만 수치가 아직도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왔다 갔다 하는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뭔가 방법이 잘못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인자들을 바꿔가며 관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사료.
저탄수화물 사료로 바꾸고 원래 자율적으로 먹던 사료를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정량만 주기로 했다. 그 시간에 다 못 먹으면 먹이지 않았다. 먹이지 않으면 저혈당이 올까 봐 염려해야 하지만 오톨이는 최소한 그런 염려는 없었으니까.
이게 뭐꼬? (Feat. 자동급식기를 처음 보는 이)
그래도 당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건식 사료를 모두 습식사료로 바꾸었다. 인슐린도 종류를 3가지를 시도하였다. 농도도 높였다.
그랬더니 당이 조금씩 떨어져서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상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기 시작했다.
휴우...... 한시름 놓았다. 계속 관리를 잘하면 정상화되는 날이 오겠지. (아니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당뇨환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누고 배고픔을 많이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임상 현장에서 본 고양이 당뇨 환자들은 보통 밥을 잘 안 먹는다.
이론적으로는 세포에 에너지가 고갈되게 되면서 배고픔을 쉬이 느껴야 하는 게 맞는데, 아프고 허약해진 환자들은 입맛을 잃어서인지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인슐린을 평소 농도처럼 주다가 저혈당이 와버린다던지 인슐린 농도를 자꾸만 낮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오톨이는 배고픔을 느껴도 너무 느끼게 되었다.
원래 오톨이는 사료를 엄청 많이 부어놓고 나가도 딱 먹을 만큼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아 3일 동안 내가 여행을 다녀와도 밥이 남아있을 정도로 식탐이 없고 스스로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관리남이었는데 이제는 시는 때도 없이 배를 고파하고 집 여기저기를 먹을 것을 찾아 뒤지고 배회하는 낯선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톨이의 이런 모습은 일반적인 당뇨질환 때문만이 아니었다. 뇌종양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오톨이를 늘 사춘기 남자아이들처럼 배고픈 상태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난 몰랐고 단순히 당뇨 때문에 다식 증상이 발생된 것인 줄만 알았다.
오톨이 밥은 언제 줘요?
오톨이는 그때 식탐 증상이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점점 심해지는 병적인 배고픔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혈당이 오르내리고 춤출 때마다, 종양에서 나오는 성장 호르몬의 정도에 따라 배고픔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마다, 배고프다고 울고, 비닐 같은걸 씹고, 토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배불리 충분히 줄 수 없는 내 마음은 찢어진다. 지금 와서 처음 오톨이의 배고픔 증상이 시작되던 때를 회상해보니, 공포영화의 초반부, 아직 상황이 악화되기 전을 보는 것 같다. 그땐 지금과 같이 극단적인 증상은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