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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Apr 03. 2023

역시 세상은 고양이가 지켜주는 거였어!

(고양이덕후가 본)스즈메의 문단속(2023. 3. 31)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병원 출근을 해서 원장님을 마주치니, 원장님이 다짜고짜 인사대신

  "스즈메의 문단속 보셨어요?" 하신다.

  "스즈메.. 네?? 그게 뭐예요? 안 봤는데?"

  "거기 오톨이랑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나와요! 완전 똑같애!"

  "오톨이가 엄마 몰래 영화라도 찍고 왔나? ㅋㅋ 비중 있는 역할인가요?"

  "완전 비중 있어요 완전!"

  "ㅋㅋㅋㅋ 꼭 보러 가야겠어요~~"

  이러고는 그 주 쉬는 날 당장 영화를 예매했다. 코시국 동안 영화관엘 자주 가지 못했었는데 이제 마스크 해제가 되면서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할 필요 없이 다시 여유롭게 커피 한잔 들고 영화 보며 힐링할 생각에 들뜬 마음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너의 이름은' 에서부터 검증된 대로, 영상미 하나는 이미 좋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내용도 재미있다고 한 터라 기대감이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충족되었다.

  이 영화를 감상한 나의 느낌은 "그립다" 그리고 "따뜻하다"였다.



사람들의 기억과 생각이 사라져 가벼워져버린 폐허의 땅에서 자라나 언제라도 이 세상을 덮칠 준비가 되어있는 괴물(미미즈)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가두어져 있다는 것, 문단속에 실패해서 그 괴물이 풀려나면 세상에 지진이 덮친다는 발상은 신선했고 지진이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자연 현상을 그런 식의 상상의 산물로 만든 것이 참신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가 생각났다.

  저세상에서 즐겁게 살던 영혼들이 정말 희미해져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이승에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는 상상. 정말 죽는다는 것은 사실은 잊힌다는 것이라는 것. 누군가의 기억과 관심, 생각이 이 땅에 미미즈를 발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발상이 따뜻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




  우연히 스즈메의 도움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풀려나게 된 요석 (괴물이 풀려나지 않게 땅에 박아둔 돌)은 다이진이라는 말하는 고양이가 되었고, 요놈이 바로 우리 오톨이랑 닮았다는 그 녀석이었다. 보자마자 얘구나! ㅎㅎㅎ 퀭해 보일 만큼 크고 노란 눈을 가진 얼굴 큰 하얀 고양이. 요놈은 요석의 자리에서 벗어나 소타의 영혼을 의자에 가두고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했고, 이 녀석을 잡으러 다니며 스즈메와 소타가 일본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내용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오톨이와 다이진


  여행 중에 곳곳에서 만나는 생기와 색깔이 넘치는 따뜻한 사람들, 지나는 지역마다 있는 아무런 기억의 무게도 없이 차가워진 폐허에서 자라난 미미즈를 다시 가두기 위해 그 공간에 있던 과거의 살아있던 기억을 되살려 문을 닫아주는 스즈메와 소타.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이야기에서 이런 따스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이런 것이 애니메이션의 힘이 아닐까?


문 닫는 중


  일반 영화에서 달리는 의자나 말하는 고양이가 나온다면 우스울 수도 있을 텐데, 애니메이션에서 보는 이런 귀여운 장치들은 찐 웃음을 자아내고 오히려 영화에 생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말하는 불꽃 캘시퍼가 나의 최애 캐릭터였던 것처럼!)


  결국 도쿄의 대지진을 막기 위해 소타는 다이진 대신 요석이 되어 땅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를 되살리기 위해 과거의 아픔을 마주할 용기를 낸 스즈메 덕분에 소타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게 되고, 결국 요석의 자리에는 다시 다이진이 들어가게 된다!!! 뭐여?? 이런!!! 역시 이 세상은 고양이가 지키고 있는 거였구나!!! ㅋㅋㅋ 고양이 덕후의 입장에서 본 오늘의 영화의 결론이다. ㅡㅡ;;




  오래간만에 울고 웃으며 본 영화였다~! (이 나이에 만화 보면서 눈물이 나는 게 창피하긴 했지만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들키지 않은 듯! ㅋㅋ)

흥행만을 목적으로 억지웃음을 만들려는 무미건조한 영화들에 지쳐있던 나에게 오랜만에 제대로 된 내용과 감동이 들어있는 예술성 있는 영화는 큰 힐링이 되었다. (마스크 없이 마실 수 있었던 커피 한잔도 큰 도움!)

  집에 와서 오톨이에게 말했다.

  "오톨아 언제 엄마 몰래 영화 찍고 왔어? 알바비 내놔."


싫어~ 맡아준대놓고 안줄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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