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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나만의 결말

[Movie] 엘리멘탈 (2023. 6. 30)

by 날개


같이 일하는 남자 선생님이 너무 재밌어서 두 번을 봤는데 두 번 다 울었다길래 놀려대며 웃었는데 결국 궁금증에 나도 보러 나서게 된 영화.

애니메니션의 영상미가 발전을 하다 하다 이제 이 정도의 경지에 왔구나 싶은 정도의 아름다운 화면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거의 아바타의 특수효과를 방불케 하는 수준의 엄청난 디테일과 예쁜 화면들)

톡톡 튀고 기발한 장치들이 곳곳에서 눈요기시켜주었다. (공기 원소가 기구에서 내리면 기구가 쪼그라들고 타면 빵빵해진다던지 하는)


서로 만나서는 안될 것 같이 너무도 다른 두 원소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뻔한 만화영화의 내용이지만 (미녀와 야수가 만나 사랑에 빠지거나 인어와 인간 왕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원소의 특성을 기가 막히게 살려내어 뻔한 내용을 그렇게 뻔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불이 모래를 유리로 만들어 순식간에 유리공예품을 만들어내 버리는 등의 따뜻하고 기발한 장면들)


영화 자체의 재미와 볼거리, 영화가 본래 주고자 하였던 메시지를 뒤로하고,

뜬금없이 나는 나의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불캐릭터 앰버가 어쩐지 나와 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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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에 약간은 서투르고 완전히 솔직하게 유연하게 빠져들지 못하는 모습.

열받게 하는 손님들을 재치 있게 넘기지 못하고 곧이곧대로 들이받으며 매번 열받아하는 모습.

화내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푸른 불꽃이 터져 나오기 전에 지하창고로 도망치는 모습.

사랑하는 마음과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같이 존재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속되어 있지만 조금은 외로운 가정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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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는 내가 평소 조금은 부러워하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같이 흐르며 감정에 솔직하고 겉과 속이 같을 것 같은 투명함을 가진 사람.

쉽게 화를 내는 모습마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르다고 받아들이며 이해해 주는 여유 있는 마음.

언제든 만나면 왁자지껄 시끄럽게 어울리고 울고 불고 할 수 있는 많은 가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성격이나 환경, 내가 원한다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바라며 부족함에 몰입했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던 밝게 스스럼없이 스며들고 어색함을 지우는 성격, 고지식하게 그대로 들이받는 게 아니라 재치 있고 유연하게 상황을 스트레스 없이 풀어나가는 사람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행동이라 늘 부러워하며 못난 마음을 가져왔던 것 같다.

이건 아마 내 성장과정에 문제일 거야. 너무 외로웠던 가정환경과 주변과 관계 맺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유년시절의 문제일 거야. 타고난 성격이 이런 걸 어떡해.


어느 정도 나이를 들어가며, 나 자신을 점점 더 잘 알아가게 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절망하고 못난 마음으로 부러워하던 마음은 점점 작아지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가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해 인정하게 된다.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나이를 들어가며 알게 된다. 아직 멀었지만 지금보다 더 어리고 철없었던 시절보다는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갖기 위해 한 발짝씩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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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나를 모든 사람이 다 사랑해 줄 필요는 없다. 내가 불이라도, 물과 언제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

엘리멘탈을 보고 난 후 뜬금없는 나만의 결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하자.

물과 불도 사랑하는 마당에, 나의 부족함과 너의 부족함을 우리가 사랑하지 못할 것이 무엇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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