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수치 500 넘는 곳으로 태교여행 간 썰
출산을 90일 정도 앞둔 상황, 모두가 축복이라 칭하는 임신 중기.
남편의 휴가 일정을 맞추다 보니 대략 3월 즈음으로 정해졌고,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좋은 공기 마시고, 힐링을 하자는 생각으로 동남아를 가기로 했다.
그리고, 동남아라고 하자마자 나는 발리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가족과 꼭 가보고 싶던 내가 참 좋아하는 발리!
예쁜 숙소를 고르고, 매일 발리 유튜브를 보는 것이 낙이었던 연초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복지는 바로 ‘항공권’이다.
일 년에 나와 내 남편, 부모님, 시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자녀까지.
가족으로 등록한 모든 이가 일 년에 10번의 항공권을 쓸 수 있다. 본 항공권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듣기만 하면 너무 좋은 이 복지는 사실 제대로 활용하기가 힘든데 내가 원하는 시기에 그 노선에 빈 좌석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 확정이 되지도 않고, 그날 당장 승객이 늘어나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도 꽤나 빈번하다.
해외를 가는 것까지는 여차저차 성공했더라도 돌아오는 편수가 자리가 없다면….., 회사를 다니는 남편 입장에서는 너무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난감한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다.
여행 2주 전?부터 예약이 심상치 않더니 점점 차올라 빈 좌석이 얼마나 남지 않았다.
직원들은 선착순으로 예약한 대로 순서를 부여받는데, 우리 순서까지 자리가 남는지 너무 불안한 상황이었다.
애써 예약한 숙소를 환불하고, (환불 수수료를 크게 떼어서 기분이 많이… 상했다.) 급히 널럴한 예약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요즘 여행객들은 다들 배민으로 음식 주문하듯이 며칠 전에 예약을 하고 훅- 떠나는 스타일인 건가?
내 친구들 보면 연휴 각을 봐서 한 해 전에 미리미리 예약하는 경우가 많던데, 다 옛 일인 건가.
‘부산, 제주 가듯이 왜들 이렇게 매일 예약을 하는 거냐고오오!!!’
요즘 뜨고 있는 베트남의 푸꾸옥, 나트랑, 좋아 보이는 곳은 대부분 이미 다 찼거나 감히 예약버튼을 누르기 힘들게 실시간으로 예약상황이 바뀌어갔다. 2주를 남긴 시점에서 직원 예약도 이미 많이 차있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 내 사랑 치앙마이.
작년에 긴 (비행) 스케줄로 가서 카페 투어를 하면서 푹- 빠져버린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웬일인지 10주년 근속 티켓을 노려 볼만큼 비지니스 좌석도 널럴하고, 일반석도 꽤 여유로웠다.
(몇 년 전부터 10주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일 년에 2장, 비지니스 티켓이 제공된다. 이 역시 엄청난 혜택이지만 써보지 못하고 아깝게 날리는 직원이 훨씬 많다. 나 역시 그러하다.)
매일 편명별로 예약을 뒤져보는 것에 지친 우리는 치앙마이 좋다! 하고 치앙마이를 외치고 바로 예약 완료.
비행으로는 갈 수 없었던 꼭 가보고 싶던 숙소들을 거침없이 예약했다.
“이제 취소는 없어. 어차피 며칠 안 남았어. 이거 취소하면 한 푼도 못 받아… 괜찮지?”
이미 발리 예약 취소로 금전적 아픔을 겪었던 우리지만 설마 뭐 또 변수가 생기겠냐 싶은 맘에 한 큐에 숙소 예약까지 끝마쳤다.
그리고, 신이 나서 치앙마이 유튜브를 찾아보다 발견하고 말았다.
‘치앙마이 3월에 절대 오지 마세요’
‘화전, 치앙마이 대기질 최악. 세계 1위’
공기 좋은 곳으로 가자던 힐링 목적의 태교 여행이 갑자기 셀프 고문 여행으로 둔갑해 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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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가는 작년 임신 시절 이야기!
(올 해는 여태 써둔 글들을 차근히 업로드해보는 걸 목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