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등장
2024.05.24
우리 가족에게 슈퍼스타님이 도착하신 날이다.
남편 집에서도 우리 집에서도 처음인 우리 가족 첫 아가.
게다가 내가 친가 외가 통틀어 첫 손주였기 때문에 친척을 다 통틀어서도 우리 애가 첫 아가였다.
내가 서른일곱의 나이에 아가를 낳았고 가장 어린 사촌 동생이 2000년 생이니까 못해도 24년 만에 아가인간이 나타난 것이다.
모두의 첫 조카인 나이기에 그 ‘아가’가 낳은 ‘아가’는 더욱 특별했다.
나에겐 이모와 고모밖에 없어서인지 다들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깊이 공감해 주었고, 이미 다 큰 성인들을 키워낸 그들이 다시 보는 아가, 새로운 육아는 다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운 일인 것이다.
“자장가는 누가 불러줘?”
“이모, 요즘 그거 자장가도 틀어주고 쉬- 쉬- 하고 달래는 소리도 나오는 기계가 있어.”
“와… 진짜 별 게 다 있네..”
“이건 침대야?”
“아니, 그건 기저귀 갈이대. 밑에서 갈고 일어나고 하면 허리 아프잖아. 그래서 서서 갈 수 있게 이런 게 있대”
“와….. 왜 우리 땐 이런 생각을 못했다니..? 이거 너무 좋다 너무 편하겠다.”
조리원을 퇴소해서 집에 온 나와 내 아가를 구경하러 이모들도 우르르 한 번, 고모들도 우르르 한 번 와서는
집에 놓인 물건 하나하나를 너무 신기해하며 감탄했고, 아가를 보고서는 임영웅에 비할쏘냐… 그 누구보다도 크게 환호하고 전율했다.
막 세상에 나온 아가는 컨디션이 좋아야 눈을 오래 뜰 정도로 세상 적응이 안 된 상태였지만, 눈을 뜨면 떴다고 환호! 꼬물대면 움직였다고 환호!
그야말로 존재자체로 슈퍼스타급 대우였다.
눈만 감고 누워있는 아가를 하릴없이 쳐다보는 게 난 참 지루하고 고됐었던 때였는데,
식구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마치 대단한 위인을 낳은 능력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도톰한 쿠션에 쏙 들어가 자고 있는 아가를 빙 둘러서 뚫어져라 보는 식구들 앞에서
지금처럼 “우르르-!” 해서 웃길 수도, 재롱을 떨 수도 없는 노릇.
가만히 눈감고 있는 아가를 보기만 해도 행복해하는 식구들이었지만 먼 길, 힘든 발걸음을 한 우리 식구들에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느껴졌다. 엄마로서.
“자 여러분, 이거 보세요!”
나는 야심 차게 아가의 손을 감싼 ‘손싸개’를 샤악- 벗겼다.
“꺅!!”
역시.. 기대했던 것 이상의 우레와 같은 환호와 경이로운 리액션이 쏟아졌다.
“아악! 쪼꼬매. 어머 너무 이뻐! 만져봐도 돼?”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그 작은 손이 꼬물거리는 걸 모두가 주목하고 환호했다.
나는 마치 명품 매장에 매니저처럼 고급스러운 손짓으로 아가의 손싸개를 벗기고,
당신들에게만 특별히 내어주는 거라며 은밀한 공간에서 꺼내는 한정판 가방을 보여주듯이
양말도 슉~ 벗겼다.
“꺄아아아악!”
역시 슈퍼스타가 틀림없다.
이 반응은.
반은 장난처럼 나를 한평생 딸처럼 예뻐해 준 우리 고모, 이모들한테 으스대며 보여줬지만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우리 식구들의 반응과 표정을 보니 나도 육아의 피로가 싹 씻겨져 나갔다.
손과 발만 보여줘도 경이로 가득 찬 이 분위기.
이걸 우리 슈퍼스타님이 기억해야 하는데.
너는 감춰진 손과 발만 드러내도 환호받고 사랑받고, 감은 눈을 뜨기만 해도 칭송받던 존재라는 걸.
그냥 이 세상에 온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어준 슈퍼스타라는 걸.
네가 모르면 엄마가 잘 기억해 두었다가 꼭 전해줄게.
난 널 낳았다는 이유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슈퍼스타의 엄마가 된 기분을 느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