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부모가 되어 겪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by 날랩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무엇일까?


나에겐 이제 큰 감흥이 없어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정신없고 심심하게 지나갔고, 오후쯤 되자 슬슬 또 아쉬워졌다.


‘아가랑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라는 의미부여 앞에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견학삼아(?) 집 앞에 있는 ‘장난감 할인 백화점’에 가보기로 했다.


당근마켓에서만 아기 장난감을 구입했던 우리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장난감들이 있고 가격은 얼마인지 구경도 할 겸!


사실 아이는 핑계고 늙은 어린이인 우리 부부만 신이 났다.


“나 어릴 때 진짜 저런 조립 로봇 너무 갖고 싶어서 결국 아빠가 사줬거든? 근데 두 개를 사야 완성되는 건데 하나만 사주고 나머지는 큰 아빠한테 가서 사달라 해라! 하셔서.. 끝끝내 완성 못했잖아…. 우리 아가는 무조건 다 사줄 거야.. 진짜 “


갑자기 유년시절에 누가 누가 더 속상했나 성토대회가 펼쳐졌다.


“나도 미미가 신는 플라스틱 구두! 그거 신어보고 싶어서 엄청 오래 졸랐는데.. 결국 샀을 땐 금방 작아져서 몇 번 신지도 못했어..”


그렇게 그 시절을 그리면서 우리 아기는 그런 결핍은 느끼지 않게 해 주자라고 굳은 결의를 다지고 있었는데, 근처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들른 대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몇몇 팀이 우르르 몰려왔다.

“할머니!!! 난 이거!”


“야아 아빠가 비싼 거는 고르지 말랬어!!”


“언니께 더 비싸!”


“아 난 저것도 사고 싶다, 아빠”


“그건 산타할아버지가 사주신댔잖아. 내년에. 아빠는 그거 말고 다른 거 사줄게.”


그냥 지나칠 수 없이 귀에 박히는 생생한 현장학습.


아빠가 사주는 것도, 산타 할아버지가 사주는 것도 다 아빠돈.


할머니에 할아버지한테도 사달라고 저러면 안 사줄 수도 없고.


제각각 무릎만 한 아가들이 코너마다 어른들을 한 명씩 끼고 쇼핑하기 바쁘다.


하…. 결핍은 당연한 건가…?


아니 저게 과연 결핍이 맞을까? 다섯을 갖고 싶지만 셋밖에 못 가진 것도 아가한텐 결핍일까?


그 순간 왜인지 선명하게 떠올랐던 어릴 때의 기억.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열심히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였는데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었는지 선물을 가져온 어린아이들도 있었고, 서로 너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얼 받았냐고 물으며 자랑을 늘어놓기 여념이 없던 때였다.


나는 이미 산타의 진실을 알만큼 큰 고학년이었고, 나 자신을 다 컸다고 생각하며 같은 학원의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는 000 세트랑 000랑 받았어”


뭔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그때 듣기론 엄청 비싸고 좋아 보이는 거였다.


옆에 아이가 “나는 색종이랑 색연필 받았어!”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야 산타할아버지가 무슨 색종이를 사 줘. 말도 안 돼. 그런 건 그냥도 살 수 있잖아.” 라며 따져 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어린 나이었는데, 그 상황이 너무 속상하고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철없이 저런 말을 왜 하냐는 맘이 불끈 솟아서 톡 쏘아붙이던 그 아이가 밉게 보였는데 사실 나도 그 아이가 ‘색종이랑 색연필’이라고 말했을 때 ‘응?’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순수악이라고, 그 어린 친구는 의문을 밖으로 내뱉었을 뿐인 것이고, 그 친구의 세상에서는 색종이는 굳이 산타할아버지가 사주지 않아도 언제든 살 수 있는 물건이었을 테니까.


진짜 산타가 있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비교되지 않게 똑같은 선물을 줄텐데 싶다가도 갖고 싶은 건 제각각인데 똑같은 선물을 받는다면 그것도 안 되겠지?라고도 생각이 들었다가..


그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며 맘이 복잡했다.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인데.. 누군가는 착한 일을 해도 울지 않아도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겨우겨우 참은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날이겠구나 하고.


전에는 이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가 크리스마스를 한껏 기대할 그때부터는 우리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꾸려주어야 할까.


친구들과 비교해서 그날 받은 선물과 설렘에 대한 행복이 포옥- 사그라들어 우울한 연말을 맞게 하고 싶지도 않고, 매년 더 한 것을 바라며 이것도 저것도 사달라고 조르고 욕심만 사나운 아가로도 키우고 싶지 않은데..


아니 애초에 그런 환경을 설정하려고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초보라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는 부모로서 첫 크리스마스였다.


(아! 그리고 아무리 이것저것을 보여줘도 관심 없는 딸에게 참으로 감사한 크리스마스였다.


파산핑 적금을 미리 들어놓아야 할까 라는 고민도 함께한 체험학습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