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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Nov 12. 2022

마흔 살 엄마의 시나브로 달리기

에필로그

오랜만이야, 달리기!


처음부터 달릴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그냥 산책을 나간 것뿐이다. 그냥 바람도 좋고 햇볕도 좋아서 그냥 나가본 것뿐이었다. 그렇게 그냥 공기만 쐬겠다던 내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신기했다. 내가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첫아이를 낳고 그리고 두 번째 아이까지 운동하겠다고 수도 없이 말했었다. 하지만 둘째에 육아 그리고 나에게 생긴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달리겠다는 나의 말은 끝내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었다. 참 많은 시간 동안 달리기를 할 시간을 나에게 주지 못했다. 그렇게 엄마의 이름으로 맞이한 마흔의 나이. 달리기는 다른 세계 사람들의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다시는 달릴 수 없을 거야.


다시 달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두려웠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나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니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게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닌 직업이 되었다. 그 과정 속에는 내가 다시 일어나야만 하고 다시 달려야 한다는 확신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 길만이 맞는 길이었다. 변한 환경을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달릴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한번 천천히 나간 산책들이 모여 이제는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달리기를 하며 아팠던 몸도 많이 회복이 되었고 아팠던 정신과 마음도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달릴지도 몰랐던 내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내가.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던 내가. 아팠던 내가 달리기를 하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돼. 시나브로 가자.


’시나브로‘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마흔이 되고 나이가 들며 달리기의 의미가 달라졌다. 빨리 달리는 것. 긴 거리를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속도는 느리지만 지금 내가 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달리고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천천히 가는 달리기. Slow running.


달리기 속도가 빠르고 경쟁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기록 이야기보다는 나를 구해준 달리기 그리고 그 시작점 어딘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덴마크 어느 동네 마흔 살의 달리기 길에서 만난 것들, 느낀 것들, 위로해준 것들, 성장시켜준 것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덴마크에서 만난 달리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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