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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Nov 13. 2022

달리기 길에서 만나는 위로

달리는 이유

굿모닝, 아침햇살


오늘의 하루를 다시 만나다는 것은 참 기적 같은 일이다. 얼마나 수많은 하루들을 인사 없이 맞이해 왔었나.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에 대한 감사와 기대보다는 걱정과 문제와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에게 온 마음을 쏟아부으며 지낸 많은 하루들이 있다. 아침에 하는 달리기는 나에게 오늘 하루에게, 아침 햇살에게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달리기를 처음부터 계획하진 않았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그냥 나간 것뿐이었다. 그냥 눈앞이 트였으면 좋겠어서 그냥 그럴 것 같은 곳을 찾아 나갔다. 그곳을 몇 번을 가고 또 가니 며칠이 몇 주가 되고 몇 달이 된 것이다.


그렇게 내 발걸음은 익숙한 듯 그 장소로 향했고 발걸음도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장소들이 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듯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그쪽을 향해 가는 것. 내가 갈려고 한 게 아닌데 이미 그곳에 와 있는 것.


엄마로 살면서 대단한 희생을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은 잊어버린 건 사실이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내가 즐기면서 했던 활동들, 좋아했던 영화며 책들이 뇌의 한구석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정작 어디에 있는지는 찾질 못하겠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달리기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그 장소가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생겼다. 달리기 보다도 그냥 그 장소가 좋아졌다. 이 장소는 알고 보니 나에게 들려줄 것도 보여줄 것도 많은 곳이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곳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감당해야만 하는 고통을 가지고 살아간다. 세상을 살며 아무런 고통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지각색의 고통과 시련이 있고 각자에게 다른 시기에 찾아온다. 이러한 시간들을 지나며 우리는 누군가의 위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로가 위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의 마음이 위로의 말들을 위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로 쌓아 놓을 때가 있다.


그 위로가 꼭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 위로가 되는 것은 그것의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굳이 사람의 언어를 말하지 않아도 내 눈앞에 펼쳐진 않은 것들은 이미 나를 위로하려고 펼쳐져 있는 듯.


Life is not happening To you,

Life is happening FOR you.


이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 인생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를 위해 일어나고 있다.

내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도 잔잔함으로 내 마음을 달래주 고시원 한 바람도 그냥 지나가던 바람이 아닌 나의 볼을 감싸며 쉬어가라 말한다.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 세상 모든 것은 다 떨어지는 때가 있는 것이니 다른 낙엽 속에 사뿐히 가라앉으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 하고 나를 위로한다.



처음부터 달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걷다 보니 어느덧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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