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란 Nov 16. 2022

덴마크 가을을 만나는 달리기

가을 숲의 위로




가을 속을 달린다.


나에게 이번 여름은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들로 기억되었다. 온도는 뜨거웠지만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햇볕은 높이 빛났지만 마음은 한없이 낮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 힘듦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을 속으로 천천히 달려 들어가 본다. 가을은 짧았지만 여러 가지 색으로 위로를 전달해 온다. 하나하나 떨어지는 나뭇잎들도 위로의 메세지를 흩날린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 계절의 바뀜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전환점이 없으면 알아차리지 못할까 시즌의 시작이 있고 시즌의 끝이 있는 건 아닐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다행이다. 다른 시즌으로 달아 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으니: 여름을 건너 가을 속으로 그렇게 곤두박질 도망치듯 나는 달려 들어왔다.


사람의 말의 위로보다 진한 자연의 위로


잘 지내냐는 말이 무서워졌었다. 슬쩍 던지는 안부의 말이 나의 뇌는 처리를 못하고 대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어떤 부분에서의 잘 지내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내가 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맞는 것인지. 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냥 잘 지낸다고 말해버리고 만다.


누군가의 말의 위로보다 말로 하지 않는 위로들을 발견해 나간다. 사각사각 흔들거리는 나뭇잎들, 늠름이 서 있는 힘 세 보이는 나무 기둥.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나는 그냥 숲 속으로 들어왔는데. 나무들은 노란색 가로등 빛으로 나의 달리길에 조명을 비춰주었다. 언제 한번 밟아보지 못했던 레드카펫을 바삭한 나뭇잎으로 깔아주고 푸르디푸른 하늘은 나뭇잎 사이 여백들을 채워주며 천천히 뛰라고 여운을 준다.



자, 어제보다 한 발짝만 더 달려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