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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Nov 24. 2022

아침은 자정에 시작된다.

아침 달리기


11월의 이곳은 핸드폰 밝기 버튼을 낮게 맞추어 놓은 듯 하루의 명도가 낮아지기 시작한다. 북반구에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나라이어서 겨울이 되면 낮의 길이가 현저하게 짧아지는 것이다. 짧은 겨울을 지나 겨울이 어느새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짧은 낮의 길이를 잘 활용하지 않으면 하루를 도둑맞은 듯 사라지기 일쑤다.


아침 8시나 9시가 되어도 아침의 햇살이 결석일 때가 많다. 요녀석은 어디로 숨었는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 없이 잘 하루를 살아보라며 그대로 나를 회색빛 하루에 방치에 놓을 때가 꽤 자주 있다. 어쩔 땐 며칠이 될 때가 있고, 어쩔 땐 몇 주가 되어도 햇살은 행적을 감추고 언제 다시 올 거란 기약도 없이 숨을 죽인다.




어둠이라는 녀석과도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된다. 하루를 물들인 어두컴컴한 녀석은 참 조용한 녀석이다. 무엇을 하라는 요구도 없고 그 닥 열정을 다해 하루를 보내라는 닦달도 없다. 하지만 어둠은 은은한 불빛을 좋아한다. 여전히 잔잔한 불빛을 너무 가까지 않게 둘러싸고 그 안음을 즐기며 있기를 좋아한다.


아,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비가 자주 온다. 어두운 아침에 비싸지 오는 아침이 많다. 이럴 땐 감사하기가 최고다. 오늘도 저에게 하루라는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뛸 수 있는 다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리기를 함에 있어서도 겨울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찬바람이야 옷을 겹겹이 입으면 되겠지만 주위가 어두우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나의 자신감이 넘치던 동기도 힘


나만의 겨울 속 달리기를 지속하는 방법


1. 지금의 추움은 지속되지 않는다.

축축한 바닥, 어둑어둑한 하늘은 나를 부르지를 않고 나 몰라라 한다. 밖은 춥고, 덴마크의 바람은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지금은 추움은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기억해 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지금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리를 속인다. 기억해 내야만 한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가기만 하면, 그리고 10분만 견디면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추움은 사그라든다. 그리고 어두웠던 풍경들도 서서히 눈에 익숙해져 어두움이 옅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조금은 대견스러워질 것이다.


2. 어둠은 그 속에 있을 때 밝음을 더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둡고 축축한 날씨에 달리기를 하려고 밖에 나가면 날씨가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날씨가 뛰기 전보다 항상 거의 나아져 있었다. 신기했다. 뛰기 전의 내 마음 상태가 뛰고 나서의 내 마음 상태와 달라서 그런 것일까? 어둡던 날씨도 창밖에서 바라볼 때와 나와서 어둠속에서 어둠을 관찰했을 때 명도 차이를 느낀다. 어둠을 밖에서 안으로 볼 때, 어두움 안에서 밖을 볼 때 세상은 조금 밝아 보이기도 했다.



3. 지금의 아침은 쉽게 오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자정부터 달려온 아침에게

아침 달리기는 힘들지만 힘들게 찾아와 준 아침에게 인사하러 나가려고 한다. 아침은 해가 뜨는 시간에 한걸음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자정이 시작되는 시간부터 어두움을 제치고 힘겹게 나에게 찾아왔음을… 어두운 새벽길을 지나고 밝은 아침이 되기 위해 자정부터 왔음을 기억하며 한 발짝 한 발짝 감사함으로 달려본다.




#덴마크#겨울#날씨#건강#달리기#글쓰기#생각#긍정#성장#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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