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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Dec 13. 2022

여름을 그리워하지 않는 겨울

달리기 쉬어가기


북쪽 나라의 겨울이 조용히 깊어져 가고 있다. 밤새 조용히 내려온 눈이 소복이 쌓였다. 쌓인 눈의 깊이만큼 겨울도 깊어져 간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면역력이 약해져서 인지 한동안 사라졌던 염증이 다시 찾아왔다. 일주일째 염증은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내일이면 나아질 거라 미루던 달리기도 몸을 생각해서 뛰지 않고 있었다. 어렵게 시작했기에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몸은 아팠지만 내 안에 달리고 싶은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난 계속 달리고 싶다.


걷기라도 해서 달리기의 운동량을 채워줄까 하여 두툼한 겨울 부츠와 롱패딩을 단단히 차려입고 나왔지만 땅바닥의 찬기운은 고스란히 몸에 전달되었다. 몸은 춥지만 눈은 금세 시선을 둘 곳들을 찾아냈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하게 된다.


날씨는 춥지만 나름의 색감으로 존재하는 나무들을 보며 발을 움직여 걸어본다.



추움은 따뜻함을 그립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추운 겨울이 너무 싫었다. 그냥 춥다는 느낌은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추위가 주는 불편함도 반갑지 않았고 추위는 자꾸 움츠려 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춥다는 것. 추위로 얼어붙은 그 겨울을 반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춥다는 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며 따뜻했던 무엇인가를 빨리 찾아내서 벗어나고야 만 말아야 하는 굴레 같은것라 생각했다.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에서 겨울에 대한 그녀의 세심한 관찰력과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의 겨울에 대한 통찰을 보며 겨울에 대한 단편적이고 감정적이기만 했던 나의 생각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겨울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윈터링 (wintering)이다.

윈터링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 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열정으로 빛났던 20대를 지나 무엇인가를 자꾸 해내던 30대를 지나 40대가 된 지금에서도 나는 나만의 겨울을 맞이한듯하다. 그것이 급작스럽게 빨리 온 것이든 서서히 물들이듯 온 것이든 겨울은 이미 나에게 와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어떤 모양이나 깊이나 속도로 왔어야만 했던 거라는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의 윈터링의 나만의 것인 것이다.



겨울도 아름다울 수 있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겨울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반기기는커녕 피하려고만 했었다. 그리고 비정상인 양 치부하고 없는 듯 무시했다. 하지만 겨울은 이유가 있고 윈터링은 끊임없이 우리들을 에게 가르침을 준다고 그녀는 말한다. 겨울은 우리가 닿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곳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수도 있고 그 순간들은 충분히 찬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여름만 그리워할 거야?

우리는 영원히 태양 가까이 있는 적도의 보금자리와 끝없이 계속되는 불면의 전성기를 꿈꾼다.


계속 뜨겁고 싶고, 계속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니 내가 겨울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봄만 바라보고 마음을 급하게만 먹으니 지금의 순간이 힘겹기만 하고 지나가야 할 밀린 숙제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겨울을 바라보는 세심한 시선을 키우고 싶다. 겨울 자체로 받아들이고 겨울이 주는 가르침에 귀 기울여 봐야겠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배움이 있다면.


 #겨울달리기#윈터링#우리의인생이겨울을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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