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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Mar 24. 2020

내가 행복관찰노트를 쓰는 이유

북유럽 덴마크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아서




결혼 한 몇몇 언니들에게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느낌이 ‘딱’ 온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곧 나도 그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미국에서 남편을 만났을 때 느낌이 ‘딱’ 하고 왔다. 당시 뉴욕에 살고 있던 남편은 내가 살고 있던 마이애미에 내 친구이기도 했던 미국인 친구를 방문하러 왔었다. 마당발이었던 그 친구는 북유럽 친구 두 명을 소개해 주겠다며 나를 불렀다. 한 명은 노르웨이 사람. 또 한 명은 덴마크 사람. 라틴사람들이 넘쳐나는 마이애미에서 북유럽 사람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었다. 유럽 사람? 참 신선했다. 처음 만남에서 남편은 조금의 수줍은 듯 보였다. 하지만 자기가 할 말은 느린 템포지만 반듯하고 따뜻하게 끝까지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속이 찼고 믿음이 갔다. 나와 인연이 이어진 이 사람은 덴마크 사람이었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미국에서 2년 반의 연애 후 결혼을 했다. 남편의 나라인 덴마크에서 우리의 작은 가족을 꾸리기로 결정하고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에 둥지를  틀었다.


덴마크에 온 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늦은 나이에 오자마자 공부를 시작해 덴마크에서 학위도 땄고 어느덧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선진국이라 엄청 최첨단 기술이 발달했을 것 같고, 럭셔리할 줄 았았는데 덴마크는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하고, 편한 것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 생각하는 마음 등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과 한국과는 또 다른 새로움이 색다르고 특별했다.


하지만 이제는 잠시 공부하러 온 유학생도 아니고, 배낭여행 온 젊은 대학생도 아닌 그저 머리 까만 외국인으로 덴마크라는 나라에 적응해서 살아야만 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낭만이 현실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움은 불편함과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미국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덴마크의 문화, 영어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덴마크어, 행복할 것만 같았던 새로움 가득 찬 해외생활은 모두 나의 예상을 비켜갔다. 한국문화와 너무나도 달랐고, 미국 문화와도 너무나도 다른 덴마크 문화에 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적응기’를 졸업하지 못했다. 말  수적고 함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힘들고 가끔은 딱딱하며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아 차갑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며 겪는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힘든 점도 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던 처음을 지나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찾았지만 매일매일이 ‘휘게 라이프’는 아니었다. 긍정의 마인드로 다 잘 헤쳐나갈 거라는 생각보다는 안 좋은 날씨 탓, 외국인으로서 제한성에 초점이 점점 맞춰지면서 나를 잃어 가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라보는 눈이 오히려 부정적이 되어 버렸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행복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행복한 나라에 살 든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덴마크에는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다. ‘선진국’ ‘ 청정국가’ ‘ 복지국가’ ‘행복지수 높은 국가’ ‘잘 사는 나라’ 등등. 덴마크 하면 지리 시간에 배운 ‘ 낙농업 국가’도 빼먹을 수 없지 말이다. 이곳 사람들이 모두 ‘나 행복해요’하는 표정을 얼굴에 보이고 다니지 않는다. 특히 춥고 긴 겨울 동안은 거의 화난 사람들 얼굴에 가깝다. 그리고 행복한 나라야 자국민과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에게나 그렇지 외국인이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삶의 질이 그렇게 높지도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이 수식어 구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할 것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이기 때문에, 복지가 좋아서 이들의 삶에 더 큰 행복이 있고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아니다. 좋은 정책, 청렴한 정치가, 모두에게 좋은 복지 정책도 있지만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이러한 수식어 때문에 이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게 아니라 행복함 삶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정책을 바꿔가며 살아온 결과들의 산물이 그래도 다른 그 나라들보다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라는 것이다.


나의 삶 역시 행복한 삶이라 행복을 운운할 만큼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은 아니다. 오히려 숫자로 표현하면 행복하지 않은 날이 더 많다. 행복을 찾아 글로 쓰다 보니 불행한 내 마음 이야기도 하게 되고 이해가 안 되고 함 들었던 덴마크 생활이 긍정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덴마크에서도 행복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덴마크에 오면 이러한 행복한 삶이 공항에 딱 마중마와 있지 않는다. 행복을 보려면 이곳에도 꽤 자세히 찾아봐야 한다. 행복 관찰 노트를 쓰다 보니 내가 느꼈던 이질감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생각을 더욱 이해되기 시작한다.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 숨어 있는 행복들을 기록하고 싶어 졌다. 


이곳에서 한국 사람이라서 외국이라서 불이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서’ ‘나만이 볼 수 있는 이곳의 행복들도 많다는 걸 알았다. 나의 ‘다름’이 불이익이 아니라 장점이 되니 ‘나다움’을 찾아간다. 행복 관찰노트를 기록하는 여정을 이곳에 담아본다.


행복아! 너 딱 거기서 기둘려. 내가 찾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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