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리기는 나의 삶을 닮아 있었다.

멈추지만 마.

지난여름부터 슬로우 러닝이란 매거진에 나의 달리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근래에 자주 쓰진 못했지만 거의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는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했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하루라는 많은 시간들이 쌓이고, 춥고, 덥고, 시원하고 때로는 젖은 날씨들을 만나며 천천히 달리기를 해왔다. 내 두 다리로 나를 앞으로 밀며 나아가는 작은 연습들. 그 연습들은 그저 멈춘 것만 같았던 내 삶에 속도감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니, 의외로 결과가 좋았다.

우선, 결과를 크게 낼 욕심은 없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던 지난여름해에 더 아파질까 두려워서 생긴 마음에 몸을 달래 볼까 하고 시작한 나의 천천히 달리는 달리기. 달리기라 부르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느린 발걸음들의 집합정도였다. 1년의 시간 동안 하루 만보정도의 걸음만 채울 생각이었다. 이미 이룰 수 있는 목표치였기에 부담 없이 팔만 힘차게 내저으며 다리만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달리기의 장점과 운동의 장점을 굳이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가 너무나도 뚜렷해서 부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의 몸속을 휘져으며 괴롭히던 염증의 증상들이 거의 사라졌다. 체력저하로 견디는 하루가 아닌 충분히 살아내는 체력으로 바뀌었고 이제 이 체력으로 무엇을 해낼지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생각보다 결과가 너무나 좋다. 무엇이든 자기가 직접 해서 체험적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런 나의 슬로우러닝에 감사하면서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7-8킬로를 달리며 나는 한 번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와서 달리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나를 위로했지 달리기를 성취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레벨업이 된 나의 체력은 달려도 되겠다는 생각을 내비치었다. 그렇게, 달리고 싶을 때만 나에게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를 조금 더  ‘단련’ 해 보겠다는 기특한 생각. 나의 한계를 부수고 확장을 해보겠다는 대단한 생각은 아니다. 그저 오늘의 나보다는 조금 더 더 나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크고 굵직한 목표보다는 지금 “나에게” “좋은” 목표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시간을 측정해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가. 아니면 오래 달릴 목표로 거리를 늘릴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금 나에게 좋은 목표 하나를 찾았다.

멈추지만 말고 달린다.

매일 달리며, 숨이 찬다고 생각하면 바로 멈췄다. 오르막길이 나오면 가기도 전에 멈췄다. 신체의 어느 한 부위에 약하든 강하든 통증을 느끼면 바로 멈춘다. 그리고 어느 날엔 그냥 뛰다가 “그냥”멈춘다. 달려야 할 이유가 희미해졌거나, 굳이 오늘 달려야만 이유를 모르겠거나 내일로 미뤄도 되겠거나 해서 멈춘다. 그렇게 어떤 것에든 저항하고 싶은 생각도 의지도 없었던 것일까. 너무나도 쉽게 멈추기를 반복하던 나의 모습과 대면하던 순간들.

오늘, 나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속도가 느려도 좋지만 멈추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속도는 시속 0킬로에 가까워도 발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어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자심감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때 생기는 것이라고. 그렇게 나 자신을 그렇게 잠깐 만나본다. 이제부터 나의 달리기는 한동안 ‘멈추지만은 않는’ 달리기가 될 것 같다. 매일매일 멈추지만 않게 된다면 그 결과는 과연 어떨까. 다음 달리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