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화해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과 화해할 수 있을까.
*책 속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도서명 : 트러블 여행사3.이글이글 용왕제 대결
글 : 히로시마 레이코
출판사 : 길벗스쿨
출판 연도 : 2025.06.11
별점 : ★★★
난이도 : 쉬움
내 맘대로 한 줄 발제: 절대 화해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과 화해할 수 있을까.
초등맘 카페에서 당첨되었습니다.
길벗스쿨로부터 제공받아 직접 체험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글 밥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큰 아이는 조금 늦은 듯하고 둘째는 오히려 좀 빠른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적당히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책을 보여주면 한 번에 읽어내는 책의 길이가 길어질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그래서 작년 여름쯤 동네 도서관에서 시리즈물로 된 긴 어린이 책으로 빌려보려고 훑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사실 저자까지는 살펴보지 못하고 제목과 간단한 내용이 아이들이 좋아할만 할 것 같아서 후딱 빌려왔다. 나코와 코기 봉봉은 8권 완결 도서로 오랫동안 읽을 수 있었는데 트러블 여행사는 2권으로 끝. 달랑 두 권짜리 책인가. 그래도 그즈음 신화와 지리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지라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 도서관에서 들고 왔다.
역시나 아이들이 술술 신나게 읽기 시작한다. 책 추천 성공. 그런데 집에 와서 찬찬히 살펴보니 둘 다 저자가 히로시마 레이코가 아닌가.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전천당 시리즈의 저자라니. 전천당 시리즈는 약간 괴기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일부러 안 빌려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도 이 작가를 만나게 되는구나. 하긴 전천당 시리즈 근처에 이 책들이 있긴 했어.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여서 그런지 두 책도 전천당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비슷한 결로 흥미롭다. 좀 더 밝은 어린이용 버전. 나도 어릴 때 판타지 소설로 긴 책 읽기를 시작한 터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편.
트러블 여행사 2권을 다 보고 나니 뒤편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모호하다. 이 책이 2권으로 끝인건가 그 뒷이야기는 없는가에 대해서 자꾸 아쉬움이 남았다. 그랬는데 자주 가는 까페에서 신간 서평 체험단을 모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이벤트에 당첨운이 아주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너무 좋아.
이번에 서평 체험단에 신청하고 보니 트러블 여행사는 책마다 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었다.
1권은 회복 탄력성, 2권은 자존감과 책임감. 그리고 이번에 나온 3권은 타인 이해와 존중. 그냥 재미만 있어도 보려던 책이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주제까지 있다니 1석2조인가. 운 좋게 서평단에 당첨이 되고 책이 오자마자 아이 둘이 서로 먼저 보겠다고 싸우기 시작한다. 아아 이놈들아 싸우지 말라는 책을 읽으려고 서로 싸우다니! 우선 제대로 화해부터 하라고! 우선 실랑이를 벌인 것에 대해 서로 사과하고 첫날 둘째 날에 걸쳐 각각 아이들이 단숨에 책을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저렇게 재미있나 싶은데.
역시 글자도 큼직큼직 어려운 말도 없고 호다다닥 읽어 내려가기 좋다. 안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수시로 싸우고 오해하고 절교했다가 다시 친해지는 시기인데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
책은 호박촌 마을과 청옥촌 마을 사람들의 갈등과 해결이 주된 줄거리이다. 두 마을은 무척이나 사이가 안 좋았다. 약 100년 전쯤부터. 각자의 입장에서 사이가 안 좋은 계기를 이야기해 주는데. 이럴 수가. 똑같은 한 사건에 대해 두 마을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앞 이야기를 잘 기억을 못 하나 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다른 이야기였다. 서로 각자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오해가 쌓이고 쌓여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 서로 이야기를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서로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둘 중 하나가 상황을 마음대로 곡해해서 받아들이고 유리하게 해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은 우선 나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게 맞을까. 내가 틀린 부분이 있진 않았을까. 혹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내 말만 옳다고 주장하면 다시 화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화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내 이야기를 먼저 주장하기 앞서 상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서로 이야기하며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 대화로 풀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드라마를 보더라도 대화 좀 하라고 속으로 소리칠 때가 많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겠거니 지레 짐작 넘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오해들이 쌓여가는지.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듣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는 걸 꼭 말로 해줘야 아나. 세상의 모든 사람과 화해할 필요는 없지만 화해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화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우선 귀 기울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100년 전 그날에는 누군가 잘못했을 것이다. 호박촌은 호박촌이 승리하고 음식을 나눠주었음에도 청옥촌은 감사를 모르고 그 다음 해 우리 무용수에게 해를 끼쳐 청옥촌이 부당한 승리를 했다고 알고 있다. 청옥촌은 첫 번째 용왕제부터 부당하게 패한 걸로 알고 있다. 호박촌 무용수가 용왕의 약한 마음을 건드려 실력이 아닌 연민으로 승부가 결정되었고 다음 용왕제 때도 호박촌 놈들이 청옥촌에 훼방을 놓으려고 몰래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고 응징했다고 한다.
누가 잘못한 걸까. 이것은 이대로 잘잘못을 밝히지 않고 화해를 하면 끝나는 이야기인가. 처음에는 서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이게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도 되는가 싶다. 분명히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잘못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둘 다 잘못이야 화해해야지라고 하면 화해가 될 수 있을까. 너네가 아웅다웅 다투는 바람에 나도 못 도와주게 돼버렸다고 용왕이 혼내면 끝나는 건가. 나는 왠지 청옥촌이 더 진실을 말한 것 같다. 호박촌은 그냥 결론만 말한 것 같고 청옥촌은 좀 더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정확하게 이어진 느낌. 그래서 단순한 내 판단이지만 만약 청옥촌이 억울한 상황에서 이제 용왕이 힘이 세져서 너희 둘 다 도와줄 수 있으니,라는 식의 결말을 내면 청옥촌은 승복할 수 있을까.
잘못을 저지르고 어떤 잘 못을 저질렀는지 충분한 반성과 사과 없이 이루어지는 화해가 다 무슨 소용이람. 물론 다쿠마는 '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괴로웠고', '온 마음을 다해 사과했다.' (p.6) 그때 신스케는 사과를 받은 척했으나 진정으로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틀어진 사이였지만 결국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신스케와 다쿠 마는 마지막에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박촌과 청옥촌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제는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옛일로부터 과연 둘 중 누가 먼저 진심을 담아 사과할 것인가.
처음엔 아이들 책이라고 쉽게 읽어 넘어가다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진행 중인 역사를 생각하고 보니 그냥저냥 떠밀리듯이 하는 화해는 진짜가 아닌 것 같다. 책 표지에 있는 '제대로 화해하는 방법'은 역시 잘못한 쪽이 먼저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제대로 화해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다쿠미와 신스케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제대로 화해하게 되겠지만 호박촌과 청옥촌은 왠지 어려울 것만 같다.
이걸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느껴야 하는 부분인데, 우선은 재미있게 읽었으니 어딘가 구석에 뭐라도 남는 게 있겠지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