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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Sep 15. 2024

[어린이] 친구의 전설

나도 꼬리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도서명  : 친구의 전설
글 그림 : 이지은
출판사 : 웅진 주니어
출판 연도 : 2021.06.16


 이지은 작가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작가가 해외 출판계에서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책 제목은 이파라파냐무냐무... 그림도 제목도 너무 이상해. 제목은 외계어인가 무슨 뜻이지? 여하튼 그렇게 알게 된 작가.  그리고 첫 책 읽고 갖게 된 작가에 대한 호감으로 그 후에 나온 '친구의 전설'을 내용도 알지 못한 채 거의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다. 원래 내 책은 사지 않아도 아이들 책은 거침없이 지르는 편이었다. 예전에는.

 책을 사 왔다면 응당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나의 중요한 임무.

 딸랑구와 아들래미를 양쪽에 끼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엽고 재미있었다. 꼬리꽃이라니.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민들레. 우리 호랑이랑 민들레는 처음에 서로 싫어했는데 친구가 되었구나.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 사이도 못 떨어지게 꼭 붙여놓으면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물론 아닐 게다. 호랑이 꼬리에 꼬리꽃이 피어나게 된 이유는 아마도 호랑이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꼬리꽃이 누구의 꼬리에서 피어났든 원래 상대방에게 잘 맞춰주는 친구였을 수도 있고. 호랑이는 꼬리꽃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성질머리를 고칠 계기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눈물이 난다. 왜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내가 눈물이 나느냔 말이다. 아마 처음 읽어서 그런 것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세 번을 읽어줘도 매번 같은 자리에서 눈물이 난다. 지금 다시 펴보는데도 눈물이 찔끔. 애들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왜 그렇게 슬플까 나는.

 막상 현실에서는 대문자 T에 가까운 공감력 제로인데. 머릿속에서 몇 가지 이유들이 떠오른다. 갑작스러운 헤어짐, 이별. 나를 알아주던 사람이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떠나버리게 되면 이런 기분일까.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준비 없는 헤어짐은 언제나 눈물이 나고야 마는 것 같다. 차라리 준비할 시간을 주면 좋으련만. 물론 이 책은 동화책이니까 언제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거야. 갑작스럽게 헤어지면 아마 내가 못 했던 것들이 너무 후회되고 슬프고 속상하겠지. 보통은 내가 잘 못해주는 편이니까. 그러니까 헤어지기 전에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상냥하게 대해야 하는데 현실의 나는 까칠 대마왕 그 자체인 것 같다.

누군가는 다정함을 지능의 영역이라고 했다.

 스스로가 여유가 많을 때 다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지만 내가 우선 체력이 있고 감정의 여유가 있을 때 그 여유를 나누는 것보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과 까칠함을 숨기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은 좀 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힘이 들고 피곤할 수도 있다. 내가 왜 받는 것도 없이 먼저 친절해야 하지?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분이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감정 소모가 덜하지만 나중에는 좀 더 후회가 커지기 마련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 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나는 바보인가. 머리가 나쁜 걸까. 안 보고 있고 지나가면 후회할 거면서 막상 그 순간에는 짜증 대마왕이 나와버린다. 지금 당장은 힘이 들지만 익숙해지면 편해지는 운동처럼 다정한 태도도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텐데.

 

 꼬리꽃은 누구에게나 다정했다. 그 다정함이 호랑이의 태도도 바꿀 수 있게 도와주고 많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줬다. 꼬리꽃은 아마 코끼리 꼬리에서 태어났어도 똑같이 한결같은 태도로 코끼리를 행복하게 해 줬겠지. 그리고 그 꼬리꽃을 만날 수 있었던 호랑이는 또 얼마나 행운아 인가.

나는 꼬리꽃이 될 것인가. 호랑이가 될 것인가.
꼬리꽃 같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나도 꼬리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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