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나 Oct 16. 2024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도서명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글 : 조승리

출판사 : 달

출판 연도 : 2024.04.3.29

별점 : ★★★★

난이도 : 쉬움

내 맘대로 한 줄 발제 :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책을 읽고 나서-

 인스타그램에 출판사들만 팔로우하다 보면 서평단 모집이 자주 보인다. 물론 사놓고 안 본 책과, 증정받고 아직 못 본 책과 빌렸다가 그대로 돌려보내는 책들이 또 한가득이기 때문에 서평단 신청은 잘하지 않는다. 표지만 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해야 하고, 기간 내 서평을 쓰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조여오니까. 그래도 가끔가다 마음에 드는 책이 보이면 신청을 하는데. 사실 한 번도 선정된 적은 없다. 다행인가.


 올봄이었던 것 같다. 달 출판사에서 제목만 올려놓고 블라인드 서평단을 모집했다. 분야는 에세이고 제목 외 정보는 없다. 그런데 강렬하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보자마자 이건 신청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출판사도 추천인도 다 딱 맞아 보였다. 아마 출판사에서도 저자나 에세이 내용을 굳이 구구절절이 남기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100명이나 뽑는 서평단에는 또 들지 못했다. 그렇게 이 책은 강렬한 제목을 기억에 남긴 채 그냥저냥 잊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이 익어가던 어느 날 지하철 역 스마트 도서관에서 딱 만나고 말았다. 제목이 워낙 뇌리에 박혔기 때문에 역시 책에 대하서는 잘 알지 못한 채 바로 빌려왔다. 하지만 늘상 그러하듯 또 책상에서 3주 정도 묵혔다가 반납 당일이 돼서야 읽기 시작했다. 사실 연체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반납할까 하며 첫 꼭지를 읽었는데 그냥 반납할 수가 없었다. 끝까지 읽을 수밖에.

  눈물을 줄줄, 훌쩍거리면서 몇 시간 만에 완독 하고야 말았다. 모든 내용에 눈물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꽉 차 있는 에세이. 나는 상상도 못 할 일상들을 살아가고 있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항상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큰일이 생기지 않으면 연락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눈물 콧물 훌쩍거리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넣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픈 곳은 없냐고 물으니 엄마가 웬일이냐며 웃는다. 곁에 있는 게 너무 당연해서 소홀히 지나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도 이럴 때가 아니면 잘 표현도 못한다. 


 본디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허송하게 보낸 지난날들. 그렇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이렇게 또 후회만 하다가 현재를, 가지고 있는 걸 제대로 못 본채 다시 후회를 하고야 말겠지. 지금을 꽉 채워서 조밀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 항상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알고 있는 대로 행동하는 건 어렵다. 자꾸만 느슨해지고 싶은 기분. 이대로 괜찮을 지도 모르잖아. 꼭 그렇게 루틴이 꽉 짜여 있고 바쁘게 살아야 하나 싶다 가고, 그게 아니잖아! 라며 뒤통수를 세게 쳐주고 싶다. 느슨하게 살아도 중요한 걸 하면서 살면 되는데. 제일 중요한 거, 지금 당장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해. 하지만 내 몸과 손끝은 가장 급하지 않은 일을 찾아 헤매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의지도 필요 없이 그저 물흐르듯 흘러가버려서, 그래서 그러고 앉아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마 나는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기껏해야 동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책을 보며 내가 눈물을 흘려도 되는 걸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더 든다. 나는 어쩌면 저자가 경멸하고 있는 걸 하고 있는걸까. 그리하여 저자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을 계속해서 반추한다. 잃어버리기 전에는 소중함을 잘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나는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일까. 


 무언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불안감도 같이 찾아온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면 어쩌지. 갑자기 세상 모든 게 애틋해진다. 걱정과 불안없이 다정다감해야 하는데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상냥함이 겨우 비어져 나온다. 좋은 사람이 되기는 글러버린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냥 노력 없이 저절로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일 하나 할 때마다 힘을 들여야 하나. 어떤 사람들은 그냥 숨 쉬듯 선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하면 마냥 위선인 것 같다. 그래도 이제까지 산 날 보다 앞으로 살 날이 많지 않을까. 무병장수한다면. 그러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도 될까.  항상 사람이 싫고, 만나서 북적거리는 게 싫다고 혼자가 좋다고 하지만 사실은 좋은 사람인 척하기 힘들어서 숨어 들어간 아닌가 싶다.


 살아가는 건 결국 지랄 맞음이 모여서 만들 수 밖에 없나보다. 모두의 지랄 맞음이 다 다를 텐데. 얼마나 더 지랄 맞아야 하는지.






-책 속 내용-



46. 여행의 즐거움은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나는 가이드 손을 통해 알게 됐다.


52.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이라는 걸 나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60. 순간 깨달았다. 인간의 귀소본능이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라는 것을.


131.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정체를 깨달았다. 시력을 잃고, 엄마를 잃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고향을 잃고서야 알았다. (중략)

그건 죽은 자를 위한 연민이었고, 산 자가 짊어지고 갈 공허함이었다.


155. 그래본 적 없으면서 희생하지 않는다고 헐뜯을 자격 있어요?


158. 나는 비웃었다. 냄새는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185.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길이다.


187. 평온한 일상에 안도한다. 순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남의 불행을 자신과 비교하며 안도를 찾는 이들을 나는 얼마나 경멸했는가.



2024.10.15-16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스타벅스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