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한 줄 발제 : 이제까지와 익숙하지 않게 새롭게 시도하고 배우는 것들은 무엇인가?
내가 주로 앉아있는 엉망진창 내 자리.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아주 대강 알았던 사전 지식으로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쓴 일기라고. 그래서 나는 당연히 스타벅스에서 파트너로 일하면서 쓴 경험 일기라고 생각했지. 책을 빌려 볼 때까지 저자가 번역가였는 줄을 전혀 몰랐고, 스타벅스에서 하는 일이 번역 일인 줄도 몰랐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남의 일기장 보듯 쉬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요즘 스레드를 자주 보게 되는데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기분이라 재미있는 걸까. 물론 오픈된 사생활이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어서 재미있는 건지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글로 남아서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에세이는 사생활, 개인의 생각의 끄적거림이 강하기 때문에 그 저자의 글에 공감 포인트가 생기지 않으면 읽더라도 약간 겉핥기식으로 읽게 되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에세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읽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언젠가 유명 소설가의 에세이를, 그저 표지와 제목이 예쁘다는 이유로 선택해서 읽었었다. 읽으면서 전혀 공감을 못했고, 썼던 소설에 대한 글이 나오면 나는 읽지 않았던 소설이기에 전혀 이해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 그때 이후로 에세이에 거리 두기를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들도 많지만 내가 고른 글이 그렇지 않다면 끝까지 읽어내는 게 곤욕일 수 있으니까.
다행히 스타벅스 일기는 무난하고 쉽게 읽히는 책이다.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스타벅스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음료와 일상들. 나도 일상을 이렇게 일기로 남기면 좋을 텐데. 이렇게 블로그에 공개 일기장처럼 쓰고 있지만 더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막상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기라는 건 쓸 때보다는 지나고 난 후에 더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구체적으로 남겨 놓을수록 나중에 보았을 때 더 재미있는데. 누가 봐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을 뜬구름 잡듯이 풀어내놓으면 훗날 다시 봤을 때 쓴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다. 지금은 나를 드러내는 게 조금은 부끄러움.
아이들에게도 일기를 쓰게 하면 항상 바로 쓰는 게 아니라 지난 일기를 뒤적거리며 즐거워한다. 나도 기록 남기는 걸 좋아했다. 어릴 때는 셀카도 팡팡 찍으면서 남겼었지. 싸이월드에, 북로그에, 프리챌도 있었지. 그런데 개인 공간의 백업 없이 적던 글들은 해당 서비스가 종료가 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저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들. 지금도 만약 블로그가 문을 닫는다면 또 내 기록들은 사라지겠지. 손으로 적거나 백업을 해둬야 안심하겠지만 여전히 나는 백업을 하지 않고 있다. 내가 먼저 사라질까. 이게 먼저 사라질까.
저자는 정말 우연하게 집 앞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에 가게 되었다. 매일매일이 새로움이 없는, 그리고 집에 혼자가 되면서 생기게 된 무력감을 이기기 위해, 어느 날 찾아갔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는 것도 없지.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없지만 우선 움직여야지. 게다가 움직여서 새로운 일을 해보다니.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을 시도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용기가 필요하다. 매번 했던 일들만 하고 살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하루하루는 메꿔진다. 하지만 익숙한 만큼 떨림도 긴장도 사라지기 마련. 무언가를 처음 하려고 할 때는 얼마나 심장이 뛰고 두근두근 한지. 이제 나이가 들어 모르겠다 이야기하는 엄마에게 아직 4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아직 청춘이라고 맨날 잔소리하지만, 사실은 나도 새로운 게 어렵다. 그래도 비교적 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지 않나 생각했는데 얼마 전 영감이 익숙한 것만 하지 않냐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기운 빠지고 힘든 것 같다. 어릴 때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게 재미있고 신났는데. 몇 년째 운전을 배워야지 마음만 먹어 놓고 시작을 못했다. 운전을 배우면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편하다는데. 시작이 무섭다. 시작만 하면 금세 익숙해지고 편해질 텐데.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시즌 음료도 잘 시도해 보고 마신다. 내가 스타벅스에서 즐겨 먹는 건 아메리카노. 메뉴는 아이스인지 핫 인지를 고민하는 수준. 예전에는 거의 얼죽아였는데 이제는 한여름에도 웬만하면 핫으로 마신다. 우유가 들어가면 배탈이 나서 시도하지 않고 최근에는 달달한 걸 덜먹으려고 단 음료는 피하고 보니. 그리고 차가운 스무디 계열은 이가 시려서 잘 안 먹게 되고. 그래도 기억에 달달하고 맛있었던 건 자몽 허니 블랙 티 아이스랑 얼그레이 바닐라 라떼. 어릴 땐 더블샷이랑 돌체라떼, 마끼아또 같이 달달한 걸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출근길에 시럽도 가끔 팍팍 추가해서 달달하게 당 충전하고 전투에 임하듯 출근할 때가 있었는데. 그땐 아무리 먹어도 매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땀 뻘뻘 흘리면서 살도 안 쪘었는데. 서가를 하나 뒤집어 정리하고 나면 마끼아또 아이스로 원샷 한 번 해주고. 그래도 당 떨어지면 믹스커피 2~3개씩 종이컵에 타서 얼음 넣고 원 샷. 당 충전을 위해 커피를 마셨었나.
앞으로 그때처럼 땀 흘리며 일할 때가 올지 모르겠다.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스타벅스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싶다고. 사무직도 좋지만 사람을 만나 응대하는 일도 좋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사실 좋아하진 않지만 어렵진 않다. 적성에 맞는 건가. 땀 흘리며 하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머리 쓰는 일도 좋아한다. 나는 커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책 속 내용-
79. '이래서 조선왕조가 아니어도 사람은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늘 주장해 왔다.
열심히 기록을 남겼는데, 내가 기록을 남기던 공간들이 대부분 없어져서, 나의 기록도 같이 사라졌다.
208. 우리가 뽑은 부산의 결정적 단점 한 가지. 서울에서 너무 멀어요.
우리 아들래미가 그렇게 부산을 좋아한다. 너무 멀어서 쉬이 갈 생각을 못 하다가 KTX를 타고 딱 한 번 갔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었나 보다. 자주 가고 싶은데 너무 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234. 녹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데 머릿속에 단어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
가끔 그렇다. 머릿속에 글이 꽉 차 있어서 손가락은 그저 움직이기만 하면 알아서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글자화되는 날들. 또 어떤 날은 뭔가 써야지 하며 앉아있지만 도저히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쇼츠를 많이 봐서 머리가 멍청해졌나 싶었는데 머리에 쌓인 단어가 없어서 그랬구나. 채우지 않고 있는 단어를 소모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단어가 다 빠져나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약간은 멍청해진 기분.
252. 사과란 "요만큼 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상대방이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할 정도로 해야 제대로 하는 거구나. 그러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드는구나.
정말 미안해서 하는 사과가 아니라 이 정도면 용서하겠지라는 느낌의 사과에 몸이 익은 것 같다. 정말 미안할 때는 상대가 아무리 용서한다고 해도 도무지 미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272. 위로하고 또 위로하여 위로받다가 멀미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위로가 많이 필요한 세상 이어서겠지. 위로에는 책 보다 고기와 돈이 직방이라던데.
그래서 속상한 어젯밤에는 닭강정과 하이볼로 마음을 달랬지. 하하하. 백날 책을 읽어 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