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불량한 마음가짐

by Naloehc

기나긴 터널을 지나 영국은 현재 거의 팬데믹 이전의 평범함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 사무실 출근을 하는 출퇴근길에 보이는 바쁜 런던의 모습은 낯설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복잡한 정세와 더 큰 뉴스들로 점점 코로나가 우리 눈앞에서만큼은 희미해져 간다.


코로나 초기 시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취준생들의 취업길이 막히는 걸 보며 안정된 직장이 있다는 걸 감사해하며 정신없이 일했던 것 같다.


차츰 상황이 풀리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게 됐다. 더 큰 회사에서 열정적인 사람들과 경쟁하고 부딪히며 일해보고 싶다. 그렇게 이력서를 넣고 인터뷰 초대를 받곤 한다.


외국어로 면접을 본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새삼 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잘 아는 것도 정말 더럽게 어렵게 설명하고 목소리도 자신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렇게 성심껏 준비한 인터뷰를 망치고 나면 밥 맛이 참 없다. 면접자의 태도나 질문은 둘째 치고,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하게 된다.


영국에 산지 몇 년 차인데 아직도 버벅 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럴 때면 자꾸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아등바등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가면 한국과 영국에서 쌓은 경력으로 통해 좀 더 순조롭게 이직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면접에서 내가 아는 것, 해온 것, 하고 싶은 것은 술술 잘 풀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 이것도 내 바람이고 못된 마음가짐이다. 어디 한국 취직 시장을 쉽게 보고. 젊고 경력 있고 자신감 넘치는 인재들이 넘치는데. 이 생각에 다다르면 다시 오기가 생긴다.


외국 온 김에 그래도 대기업에서 한 번 일은 해보고 가야지. 적어도 부딪혀는 봐야지. 면접장까지는 가봐야지.


그러다가 또 어둑한 밤에는 울적해진다. 한국에 가면 그래도 엄마 아빠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복잡한 실타래같은 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으니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참 좋다. 생각만 해도 따스한 봄날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돌아가면 뭐든 쉽게 될 테니 적당히 부딪혀보고 안되면 돌아가지 뭐'라는 불량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불량한 태도와 어설픈 실력으로 마음이 자꾸 뭉그적거린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