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린다.

나의 신박한 인사법.

by Naloehc

영국으로 떠나기 전,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지인에게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영국이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한다고 했다. 따라서, 영국 교수님들은 예의가 바르고 성실한 아시아 학생들을 좋게 본다고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우리 과의 주 교수님 이름은 린다였다. 포근한 외모지만 깐깐한 면모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첫 만남에서 받았다. 대화를 좋아하고 활발한 영국 친구들은 나를 포함한 외국에서 온 학우들에게 먼저 대화를 걸어오며 예상보다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그 친구들은 린다 교수님에게도 유연한 사교성을 발휘했다.


우리 과 단체사진


교수님이라는 직책이 이름 뒤에 붙는 것만으로도 린다와 대화할 때 내 몸을 빳빳해지고 절로 고개가 자연스럽게 숙여지곤 했다. 이에 반해, 영국 친구들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 린다와 안부를 묻는 것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아, 내가 외국에 진짜 왔구나'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었다.


'Hi Linda, how are you?' 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돌아오는 'I'm jolly good, you all right?'에 대답하는 게 더 힘들긴 했다. 무엇보다 어색했던 건 인사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이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싫다면 싫다고 선배들에게 제벌 잘 말했지만 교수님들에겐 꽤 준수한 예의를 갖춰 대했었다. 그분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미리 험난한 세상을 살아보며 쌓은 양식을 전해주는 데한 고마움뿐만 아니라, 학점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에게 밑 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린다와 튜더들.jpg 린다와 튜더들


학기 초반, 솔직히 몇 번은 린다에게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며 인사를 하는 실수 아닌 실수를 했었다. 그냥 내 몸이 반사적으로 숙여졌다. 린다를 본 순간 내 눈은 뇌에게 '이 사람은 네가 인사를 해야 되는 사람이야'라고 말했고, 뇌는 '아, 그럼 몸을 숙여야지'하고 일사천리로 자동반사가 진행됐던 것 같다. 참 민망했다. 린다는 처음 경험해 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인사를 받아주고 웃어주었다.


그 후로 의도적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카페에서 예상치 못하게 린다를 마추 쳤을 때, 내 계획은 조금 어긋났다. 나를 먼저 발견하고 '안녕'이라고 인사를 먼저 건네는 린다에게 'Hi, Linda. How are you?'라고 말하며 나의 고개는 자연스럽게 반쯤 숙여졌고, 나의 처절한 노력이 반영된 오른손은 의도적으로 흔들어지고 있었다. 신박한 인사법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다. 예의와 친근함의 적절한 조화랄까. 굉장히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졌던 걸 기억한다.


이 정도면 나의 영국 강의실, 학교문화 적응기가 얼마나 삐걱대며 시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영국 사람들이 조용하고 성실한 아시아 학생 또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 존중하는 마음 뒤에는 뭘 해도 가만히 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 믿음은 가끔 무시와 차별로 변형되어 나에게 다가오곤 한다.

그럴 땐 참 아프고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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