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전투기 이야기

‘에어라인 현직기장 캡틴박이 전하는 비행의 즐거움

by 캡틴박 Pilot

빨간색 비행기를 타고 다녔던 조종사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붉은남작 리히트호펜입니다.


1차대전 이전에 비행기는 상용화 되기 시작했죠

그런데 상용화라고 하기는 하지만, 비행기 시스템이 지금과는 달리 원시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항공기 기수를 얼만큼의 각도 이상의 자세를 취하면 비행가 상승을 못하는지

비행의 한계나 얼만큼의 악천후를 버틸 수 있는지 등등의 문제들이 많았죠.


많은 경우 조종사들은 아무도 해보지 못한 상황에 놓여

세계최초로(?) 비행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거죠


1차대전에서 비행기가 높이 올라가 정찰업무를 했습니다.

당연히 적군의 비행기와 만나게 되었죠

비행기에 아무런 무기가 없으니, 서로 손을 흔들거나 여러가지 바디랭귀지로 서로를 모욕하거나 하는

것이 전부였죠.


그러다가 누군가 비행기 안에서 뭔가 집어 던질 것을 찾아서 적비행기에 던져 보았답니다.

상대방 비행기보다 조금 높이 날면서 아무 물건이나 비행기 프로펠러에 정확히 던져 넣으면 적기는 고장이 나겠죠.

상상해 보세요. 굉장히 느린 비행기 2대가 위 아래로 날고 있는데, 위에 있는 비행기가 벽돌,노트,쇳덩이,도시락,파인애플 등등을 밑에 비행기에 떨어트리는 모습을요.

귀엽지 않나요? 서로 공격할 무기가 없던, 정찰만을 위한 비행을 하던 시절은 낭만이 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운로드 (3).jpg

그러던 것이 1차대전이 시작할 때 쯔음엔 비행기에 기관총이 장착됩니다.

그런데, 기관총을 쏘다가 적이 아니라 우리비행기가 부서지는 거에요

비행기 앞쪽에 총을 장착하니 앞에서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총에 맞죠

비행기 뒷쪽을 향해 총을 장착하고, 사격수를 뒤에 태워서 사격을 하다보니

적기를 쏘려고 총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리 비행기의 꼬리날개나 주날개를 맞추게 되는 거죠.

그런 시행착오들을 이것저것 보완하다가 드디어 비행기에 본격적으로 총과 땅에 떨어트리는 폭탄을 만들게 된거죠.


이 때부터 비행기들은 살인기계가 되었습니다

세계대전에 참전하면 사람들을 멋진 곳에 데려다주던 비행기는 살인기계가 되고, 좋은 사람들도 군복을 입으면 살인자가 됩니다.


그럼 이쯤해서 오늘 글의 주인공인 붉은남작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붉은남작이 특별했던 점은 적군 조종사의 장례식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비행해서 영국조종사의 무덤에 꽃다발을 던져넣고 오는 등, 전쟁 속에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호적수를 애도할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태도 때문에 그는 자국 뿐 아니라, 적군에게도 존경을 받았다고 합니다.

20대에 전사해서 아주 짧은 인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삶과 비행은 전설이 되었고, 이후에 붉은색 비행기를 보면 모든 조종사들이 붉은남작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Porco Rosso>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제목은 <붉은 돼지>로 알려져 있죠.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다’라는 명대사가 있는 애니죠. <Red Baron>이라는 영화도 있고요.

이 2 작품의 주인공은 물론 붉은남작입니다.

다운로드.jpg

많은 젊은이들이 조종사가 되기를 꿈꾸게 만드는 빨간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멋쟁이 조종사 이야기를 해 드렸으니 이제 빨간 하늘 풍경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빨간 하늘 풍경은 2가지가 있지요.

첫번째는 비행하다가 해가 뜰 때,

두번째는 비행하다가 해가 질 때,

제가 이 글 아래에 하늘사진을 보여드릴텐데요. 이 모습이 해가 뜰 때인지, 해가 질 때인지 구분하실 수 있을까요?

다운로드 (2).jpg

제가 10년 넘게 비행을 하면서 이 두가지 풍경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지만, 저는 이 사진만 보고 구분을 못하겠습니다.

해 뜨는 모습과 해 지는 모습은 너무 비슷해요.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 때랑 착륙할 때의 자세가 똑같은 것처럼 말이죠.

태양과 비행기처럼 시작과 끝의 모습이 한결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붉은노을>이라는 옛날 노래도 있지만, 해가 뜨는 순간에도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가 환한 빛이 쏟아집니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똥별, 달빛과 바다에 비치는 별빛, 고기잡이 배들의 불빛들도 아름답지만,

제가 본 가장 아름다운 하늘의 빛깔은 뭐니뭐니해도 일출, 일몰 때 보이는 붉은색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일하는 항공사 비행기 동체에도 회사이름이 빨간색으로 씌여져 있네요.

지난번 비행을 하면서 제가 탄 여객기가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행기를 보고, 아름다운 하늘을 동경해서 많은 사람들이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조종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취업문은 좁고,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 조종사로 일할 수 있습니다.

취미로 조종을 하기에는 비행기 조종을 배우는 비용은 너무나 비싸지요.

하늘은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만드는 요물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조종사가 된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저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아직도 비행기 엔진 시동을 걸 때마다 마음이 설레이네요.

승객들을 멋진 곳에 모셔다 드리고, 비행 끝나면 스스로를 재충전해야 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