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조종사가 되지 말아야 할 5가지 이유

조종사는 시간을 도둑 맞는다!

by 캡틴박 Pilot

당신이 조종사가 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종사는 ‘시간을 도둑 맞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시간을 도둑 맞는지 지금부터 말씀 드릴께요.


1. 스케쥴 근무(바이오리듬 깨지고, 삶이 뒤죽박죽)

조종사는 스케쥴 근무를 하잖아요. 일반적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시는 대부분의 직장인들과는 달리 조종사들은 일요일에 출근하기도 하고, 월요일은 쉬기도 합니다.

일하는 날이 불규칙해요. 대중이 없어요. 일하는 시간도 뒤죽박죽이에요. 어제는 밤샘비행을 했는데, 내일은 새벽에 출근해야 하구요.

그렇게 살다보면, 날짜도 잘 몰라요. 생활하다 보면 하루살이처럼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있는지만 중요하거든요. 하루살이처럼 사는거죠.

내일 출근을 하는지 안 하는지만 생각하고 살아요. 만약 내일 출근을 안하면 늦잠을 잘 수 있는거고, 내일 출근을 해야한다면 알람을 맞추어야 하는 거고요.

저는 알람을 한 10개는 맞춰 놓거든요.

첫번째 알람을 듣고 일어나는게 힘들어서요. 저는 첫번째 알람을 듣고,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구요. 세번째 알람 쯤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10번째 알람은 보통 엘리베이터에서 끄면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이런 악몽을 꾸었어요.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온 거에요.

회사 : 아니, 캡틴박 왜 안 나와요? 지금 어디에요?

캡틴박 : 아이고 망했다. 지금 출근해야 되었었나 보다. 몇시지?

그런데, 그게 꿈이었던 거에요. 조종사들은 늦을까봐 불안함 속에서 살아요.

2. 조종사는 날짜 감각이 없어요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오늘 무슨 요일인지 아는 조종사 별로 없을 겁니다.

제가 많은 부기장들에게 질문을 가끔 하는데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아는 부기장님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은 ‘기장님 지금 찾아 볼께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조종사에게 무슨 요일인지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 거죠.

그래서, 가끔 새벽에 출근을 하면요. 조종사가 새벽에 출근할 때는 새벽 3시, 4시에 출근 하거든요.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힘들죠. 너무 힘들죠.

전날 잠도 잘 안 오고, 새벽에 일어나는 건 더 힘들고.

그날도 새벽에 힘들게 출근을 했어요. 저는 운좋게 아직 한번도 지각은 안 했는데요.

(정년 마칠 때가지 지각 안 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회사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출근처리를 하고 있었죠. 그렇게 하면 누가 몇시에 출근했는지 시스템에 기록 되는 거죠.

그런데 갑자기 어떤 기장님이나 객실승무원이 뛰어 들어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컴퓨터로 출근 처리가 안 되시는 거에요.

‘이거 왜 안되지?’ 이렇게 놀라시죠.

왜 출근 처리가 안 될까요? 그것은 바로 날짜를 잘못 알고 출근하셨기 때문입니다.

전철, 버스 다니기 전 시간이라서 택시 타고 출근하셨는데, 다음날 출근하셔야 되는걸 헷갈리셔서 잘못 나오신 거에요.

그분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돌아가십니다.

유니폼 완전복장에 객실승무원님들은 풀 메이크업까지 하셨는데요. 얼마나 허망하시겠어요. ㅠㅠ

항공사 승무원들은 요일하고, 날자를 잘 모르고 사는 직업입니다.


3. 시간이 무진장 빨리 지나갑니다.

이게 군대랑 똑같아요.

군대도 1시간은 잘 안가고, 하루하루는 안 가는데, 1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항공사 생활을 하시면 비행기 도착해서 준비하고, 시동 걸고, 이륙해서 몇시간을 한참동안 가야 하잖아요.

승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조종사들도 빨리 도착하고 싶습니다.

조종사들이 이륙하고, 착륙하고, 비행기 조종하고 멋진 풍경을 보는거 정말 좋아하고, 즐겁게 생활하지만, 이착륙을 제외하면 순항 중에는 지루한 시간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거든요.

보통 거의 최고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더 빨리 갈 수 없고, 때로는 관제사님이 앞 비행기와의 간격분리 때문에 속도를 줄이라고 하실 때도 있거든요.

조종사들이 런닝맨 멤버들이 아니기 때문에, 2명이서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 나눌 것도 없어요.

빨리 도착해서 퇴근하고 싶은데, 너무 먼 거에요. 목적지까지 반드시 가야 일이 끝나잖아요.

그리고, 비행이란게 자전거타기랑 비슷한 거 같아요.

출발에서 목적지까지 가면, 갔던 만큼의 거리를 다시 돌아와야 하잖아요.

순항하고 있으며, 한참 지난 것 같아서 시계를 보면 아직 1시간 밖에 안 지났어요.

7시간 날아가야 하는데, 아직도 6시간 남은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1년, 2년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정해진 스케쥴을 소화하다 보면, 제 느낌 상으로는 항공사에서 근무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난거에요.

그래서, 제가 글 맨 앞부분에서 말씀을 드린 거에요.

“조종사 생활을 하면, 시간을 도둑 맞는다”라구요.

부기장으로 열심히 생활하다 보니, 시간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기장승급 훈련을 받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얼떨결에(공부는 무진장 열심히 했습니다) 기장이 되었구요.

딸아이가 몇일 전에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인데, 어느 틈에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있는 거에요.


4. 친구들과 가족친지들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보통 조종사들은 한달에 10일 이상을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묶어야 합니다.

주말엔 보통 일하고, 주중에 쉽니다.

친구들, 형제자매나 부모님들과 시간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학교 친구들, 형제자매들을 만나려면 한달전에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지만, 많은 조종사들이 여가시간을 혼자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내와 딸아이랑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냅니다 ^^)

혼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약간 무인도에서 사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구요.

자주 짐보따리 싸고 외국에서 지내면, 낯선 곳에서 , 낯선 사람들에 둘러쌓여 좀 외롭게 있을 때가 많아요.


5. 조종사는 생각보다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 아닙니다.

조종사는 정년이 길긴 합니다. 한국은 65세까지 조종사로 일 할 수 있고, 외국에는 67세꺼지 일할 수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종사 신체검사에서 탈락하거나, 비행에서 혹은 시뮬레이터 평가에서 탈락하면 한순간에 조종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의 건강이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

시험에서 탈락하는 것도 아무도 예상 할 수 없구요.

그렇다보니,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고, 비행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조종사들은 누구나 당장 내년에 다른 일을 해야할 수도 있다라는 각오를 하고 생활을 한답니다.


저는 우연과 행운이 겹쳐서 지금 에어라인에서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종사 직업의 단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하늘을 날면서 멋진 곳들에서 지낼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조종사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감사합니다. 캡틴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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