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딸에게 매일 편지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

by 날찌


나는 어릴 때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외가댁에서 노란 꽃 보자기로 쌓여있는 수화기를 붙들고 엽떼여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애교도 부리고, 제일 좋아하는 음료수였던 맥콜이나 밀키스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기도 하고, 삼촌들이 짠 하며 술 한잔 하시는 걸 따라하겠다며 무거운 막걸리 잔을 두 손으로 들어올리기도 하고, 노래부르는 걸 즐겨해서 집에서 마이크를 붙들고 신나게 노래를 불러재끼기도 했다.


사실 이 모든 기억의 출처는 내가 아니다. 아빠가 찍어둔 사진들과 엄마가 그 사진들을 앨범 속에 차곡차곡 꽂으며 사진 옆에 적어둔 짤막한 기록에 기반한 기억이다. 하도 앨범을 많이 봐서 이제는 부모님이 남긴 기록들이 온전히 내 기억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시절을 부모님이 기록물로 남겨주신 덕분에 굉장히 중요한 삶의 조각들이 채워져 풍요로워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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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0여년이 지나 나도 엄마가 되었다. 딸이 우리 어릴 적 모습을 얼마나 닮았나 과거 앨범을 뒤적이다가 나의 딸에게도 아이가 기억하지 못할 어린 시절을 남겨주고 싶어졌다. 내가 남기는 이 편지들이 딸 인생의 소중한 조각으로 전달되길 바라며 앞으로 할 수 있는데까지 딸과 함께 하는 일상의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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