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본질에 대해
방영한 지 꽤 된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다 봤다. 솔직히 연애를 다루는 스토리 라인이나 부모 자식 간 노답 상황을 볼 때면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함에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날씨에 대한 이야기나 결혼을 둘러싼 주인공 네사람의 성장기(?)는 꽤 흥미로웠다.
특히 예보관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경외감이 느껴졌다. 과거 신의 영역이라 불렸던 날씨를 아무리 과학이 발전했다지만 엄청난 변수를 계산하며 맞춘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저런 중압감을 어떻게 버틸까 나라면 절대 못해먹겠다 싶은 에피소드를 잘 그려냈다.
그중에서도 태풍의 진행 경로를 파악해 국민들에게 안내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위력이 대단한 태풍의 경로가 막판에 우리나라를 약간 빗나갈 것으로 최종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과잉예보'를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뒤통수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신들이 예보를 하는 이유는 '기상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는 기상청 사람들. "역시나 오보네, 과잉예보네" 하는 말들은 나오겠지만, 그들은 국민들이 자기 스스로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만드는 예보를 선택한다.
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순간 멍했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내가 맡은 도메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돌아보게 됐다. 내가 맡은 서비스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가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