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8일 전기 없이 아이를 키우는 건 상상할 수 없다
2024.01.24(수)
산후도우미 서비스가 어제 끝났다. 오늘부터 엄마가 혼자서 너를 돌봐야 하는 거지. 선생님이 계실 때처럼 푹 낮잠은 못 잤지만 그래도 네가 수유하고 1시간씩은 잠을 자주어 틈틈이 젖병을 닦거나 빨래 같은 집안일도 하고, 빵이나 채소말이 같은 간단한 식사도 챙길 수 있었어. 무엇보다 네 아빠가 출근하면서 밥은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했는데 이 약속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단다. 엄마 건강을 챙겨야 너도 잘 챙길 수 있으니까.
그러다 3시쯤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빨래를 돌려놓고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안의 모든 전기가 나가버렸어. 순간 아파트 전체가 정전인가 싶어서 복도로 나가봤는데 승강기는 잘 작동하고 있더라고.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탭에 들어가도 정전 이야기는 없길래 현관 거푸집을 열어보니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있더라. 우리 집만 전기가 나간 게 분명해 보였어.
그나마 낮에 이런 일이 생겨 정말 다행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너의 수유 시간은 다가오고 네가 잠에서 깰 듯 말 듯 뒤척이고 있어서 빠르게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바로 사람을 불렀단다. (알아서 차단기를 다시 올리자니 어딘가 누전이 생긴 거면 혼자 해결하려다 탈이 날까 무섭기도 했고) 그동안 엄마는 네가 배고파 울음이 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안아 달래고 있었지. 차단기를 하나씩 올리고 내리면서 확인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인다는구나. 혹시라도 저녁에 다시 정전이 되면 어떻게 하나 찝찝했지만 어쩌겠어. 일단은 차단기를 다시 올렸지 뭐.
낮 시간대에 아주 잠깐 정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만, ‘만약 정전이 되면’ 하고 그려본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단다. 일단 분유 제조기가 없으면 100도까지 물을 끓였다 식힌 물을 보온병에 담아두었다가 손으로 분유를 타야 하고, 세탁기가 안되니 네 옷과 손수건을 손빨래해야겠지. 살균 소독기도 없으니 열탕 소독을 해야… 아 맞다 우리 집은 인덕션을 쓰고 있으니 열탕을 아예 할 수가 없겠구나.
게다가 낮이었으니 망정이니 저녁에 너와 나 단 둘이었다면, 게다가 네가 울고 있었다면? 여기까지 생각하니. 어휴……. 두 번 다시 정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