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9일 그런 말 좀 그만하세요
2024.01.25(목)
엄마가 임신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어.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해, 태어나면 고생길 시작이다”. 너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에는 “조리원에 있을 때가 천국이야, 집에 가면 고생 시작이다”를 들었고, 요즘엔 “신생아 때가 편해, 뒤집고 걷기 시작하면 눈을 못 떼서 고생이야”를 듣곤 해. 조만간 “초등학교 가기 전이 좋아, 학교 들어가면 점심 먹고 집에 너무 빨리 와서 학원 뺑뺑이를 시키든 오후부터 얘를 보든지 뭐든 고생길이 열려” 소리를 듣겠지?
엄마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아직 그 시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선사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라며 잘난 척을 시전 하고 싶은 걸까? 그냥 그 사람이 겪고 있는 현재의 힘듦과 행복감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공감해 줄 수는 없는 걸까? 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힘듦을 가불해와서 현재의 힘듦을 감당하는 사람들을 맥 빠지게 하는 건지.
엄마는 위 모든 순간들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 힘듦을 충분히 감당할만했고 가끔은 그 힘듦을 상쇄할 만큼의 행복감도 느끼고 있거든.
임신 막달에 몸은 무거웠지만 날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태동에 행복했고, 조리원에서는 바깥공기를 맡지 못하니 두통이 심해지고 우울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훌륭한 밥과 마사지로 극진한 케어를 받는다는 사실에 행복했거든. 신생아인 너를 돌보고 있는 지금은 밤낮 구분 없이 너를 먹이고 재우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잠이 부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점점 옹알이도 하고 웃음도 많아지는 너를 보며 많이 행복하단다.
엄마는 앞으로도 매 순간의 힘듦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 거야. 우리 세 사람은 그때그때의 행복에 집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