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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트만 타면 자지러지는 너

생후 60일

by 날찌

2024.01.26(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엄마 옆에 누워있는 네 눈은 퉁퉁 부어있구나. 왜냐면 오늘 몇 달 치 흘릴 눈물을 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울었거든. 아주 꺼이꺼이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울었다.


오늘은 너의 50일 촬영을 하는 날이었어. 조리원 연계 스튜디오인데 위치가 서동탄이라 집에서 45분 정도 걸리더구나. 아음이 네가 카시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10분 내외로 울다 잠이 들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처읍부터 끝까지 계속 우는 거야. 겨우 도착해 사진을 찍을 때도 처음엔 괜찮더니 엎드려 찍는 자세는 영 힘든지 닭똥 같은 눈물을 한 바가지나 흘리더라. 결국 엎드리는 자세는 포기하고 의자에 앉아 찍는 걸로 바꿨는데도 한 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어.


겨우겨우 사진을 다 찍고 밥도 먹이고 다시 집에 돌아가는 길.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널 데리고 당근을 하러 갈 생각을 했을까? 인계동까지 가는 40분 내내 한 번을 안 자고 울고. 인계동에서 집에 가는 40분도 계속 울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절대 너를 카시트에서 벗어나게 하면 안 되는데 이러다간 네가 실신하겠다 싶어서 차가 정차한 틈을 타 잠시 너를 품에 안았다. 다행히 너는 금세 안정을 찾았지만 엄마가 너를 에어백으로 쓰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서 너무 불안하고 초조했단다. 우느라 많이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들어서 다행히 얼른 카시트에 다시 앉혀놓았지만 이런 선택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구나.


다음 주에 너를 데리고 의정부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2시간 남짓 카시트를 태워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간에 들릴 휴게소는 필히 미리 알아놔야겠다. 에효


@수정_이아음 50일 (62).jpg 그렇게 울던 와중에도 예쁘게 나왔네




뒤늦게 홈스냅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는데 스튜디오 촬영보다 훨씬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대로 홈스냅도 추가로 예약할까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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