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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pr 03. 2024

아이의 백일 잔치가 끝나고

엄마는 달린다

아이의 백일잔치를 두 번이나 치렀다. 친정 식구들과 친척들이 도보 거리에 사는 고향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에 시댁을 배려해 친정 식구들과 한 번, 시댁 식구들과 한 번 이렇게 이틀에 나누어 진행했다. 사실 요즘 뭐 그런 걸 챙기나 싶어 괜한 어수선을 피우는 일이 아닌가 했는데 생각보다 꽤 즐거운 일이었다. 가족들과 한 공간에서 아이의 귀염뽀짝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즐거운 분위기도 좋고. 이런 건 엄마를 닮고, 이런 건 아빠를 닮았네 하며 우리 부부의 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며 웃는 것도.


두 번의 잔치가 모두 끝나고 집 정리를 끝내고 나니 저녁 6시. 신랑과 부등켜 안고 서로 고생했다 토닥토닥 했다. 아이가 백일이 됐다는 건 나도 출산한 지 백일,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운지도 백일이 됐다는 말과 같으니까. 그렇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우리 두 사람을 위한 날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주는 상으로 달리기를 나갔다. 사실 월요일에 너무 오랜만에 요가 수업을 들은 데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달리면 좋겠다 싶어 이틀 연속으로 달리기를 해서인지 근육통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긴장이 풀린 오늘에서야 몸이 살짝 묵직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살짝 고민했다. ‘아 오늘까지만 쉴까?’ 하지만 이 홀가분한 마음을 제대로 즐기려면 나가야지 싶었다. 대신 무리하지 않고 아프면 언제든지 멈춰 걷기로 하고.


항상 느끼는 식상한 말이지만. 역시 나가길 잘했다. 뛰는 내내 지난 이틀의 즐거웠던 장면들이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다 이내 ‘아차차 이렇게 딴생각하면 다친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생각하지 않고 런저씨의 말에 집중하며 눈앞에 있는 길과 호흡 그리고 자세만 신경 썼다. 다 뛰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만약 달리지 않았다면 이틀간 행사의 여운으로 설레 잠을 잘 자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달리기 덕분에 격하게(?) 즐거웠던 감정을 조금 차분하게 정리하고 또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했다.


백 일 동안 고생한 나 녀석 장하고 내일부터 달리기와 육아 모두 화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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