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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pr 03. 2024

산후 90일, 다시 달리다

문득 오늘 나가서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 오늘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미리 오늘 달려야겠다고 생각해 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문득 해가 지는 하늘을 보다가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작년 4월 초 광안대교 위에서 달리는 기브앤레이스 이걸 마지막으로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런데이 앱에 등록된 친구들이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알람이 올 때마다 응원 버튼을 누르며 ‘나도 꼭 다시 달릴 거야’라고 주문을 걸었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온거다.


오늘부터 8주간 런데이에서 제공하는 주 3회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 완수를 목표로 달릴 예정이다. 이건 모두 신랑의 육아휴직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먼저 30분 달리고 와서 신랑이 바톤턴치 받고 나가 달리고 왔다. 아직 아이가 100일이 안 되기도 했고 러닝용 유모차를 사기 전이라 같이 달리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달리고 오니 너무 개운하다.


최근에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라는 원더윅스가 와서 그런지 이유 없이 찡얼대고 짜증이 많아졌고 그만큼 안고 달래는 시간도 많아졌다. 어깨와 허리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달리기 덕분에 정신적으로는 아주 개운해졌지만 몸은 곡소리를 낸다는 현실. 특히 발목이 생각보다 아팠다. 출산 후 온몸의 관절이 약해졌을 텐데 발목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준비운동도 더 꼼꼼히 하고 신발 끈도 잘 매고 내가 가진 안정화 중에 가장 단단한 신발을 골라 조심스럽게 달리기를 이어 나가야겠다. 참고 참다 이제야 겨우 시작한 달리기를 부상 때문에 그만둘 수 없으니까. 8주 동안 조심스럽게 달리기 DNA를 깨우고 가을 마라톤 10K 준비도 시작해야지.


아 오랜만에 달리면서 런데이 친구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오는 소리가 너무 반가웠다.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한다며 환대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다시 사회에 소속된 것 같은 안정감이 들었다. 오늘만큼은 누구의 엄마보다 나 자신으로 우뚝 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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