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23일
2024.03.29(금)
요즘 외출을 나가면 너를 보는 사람마다 열에 열은 “아이고 귀여워. 근데 머리숱이 정말 많네요”라고 말한다. 오늘은 레깅스를 사러 들른 아동복 매장 직원이 너의 머리숱을 칭찬하며 자그마치 만9천원이나 하는 머리핀을 영업하더라. 가격에 헉했는데 직원이 일단 머리에 꽂아보라고 설득하는 거야. 분홍색 리본 핀을 꽂아봤는데 너무 찰떡인 거 있지? 진짜 안 사려고 했는데 이렇게 귀여우면 어쩌니. 기분 좋은 호구가 됐지 뭐.
너는 태어났을 때부터 머리카락이 수북했단다. 게다가 반곱슬이기까지 해서 물을 묻히면 머리숱이 훨씬 더 풍성해 보이지. 사실은 엄마아빠가 머리숱도 많고 반곱슬이란다. 두 사람의 어릴 때 사진을 보니 역시나 신생아 때부터 머리숱이 상당하네. 유전자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그나저나 엄마는 요즘 산후 탈모로 고민이 많다. 임신 중에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증가해 매일 조금씩 자연스럽게 빠져야 하는 머리카락이 안 빠지다가 출산 후 다시 여성호르몬이 정상 수치로 돌아오면서 그간 빠지지 않던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탈모가 발생한다는 거야. 보통의 경우 6개월부터 탈모가 멈추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해 1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 상태를 회복한다는데 네 외할머니는 그대로 탈모가 계속 진행됐다고 하셔서 조금은 걱정이 되는구나. 지금부터라도 잘 관리해야겠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