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면서 일합니다 1
이 글은 2020년 9월, 2주간 주문진으로 원격근무를 다녀왔을 때 끄적였던 기록의 모음입니다.
2020년 9월 9일 수요일
코로나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2차 유행이 시작됐다. 6월에 랜선으로 입사하고, 랜선으로 일을 했다(기 보다는 동료들이 일하는 걸 지켜봤다)가, 주 3회 출근으로 바뀌면서 드디어 이직한 느낌을 잠시나마 내나 싶었는데 그새 다시 전면재택이라니.
다시 시작된 전면주택은 4주째에 접어들었다. 그간 정말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시간 감각도 무뎌졌는지 재택 3주차인가 싶었다가 4주차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신랑은 재택근무가 아니라 거의 하루 종일 혼자서 집을 지키지만, 기획 직군 특성상 회의가 많다보니 말은 여전히 많이 하고 있고, 회의실 잡을 걱정없이 언제든 랜선 미팅을 하면 되니까 사무실이 아직 낯선 나에게는 오히려 랜선 커뮤니케이션이 더 나은 점도 있었다. 게다가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초반이라 혼자만의 공간에서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기적으로 재택이 꼭 필요한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나는 요 몇일 다른 도시에서의 원격근무를 심히 고민중이다.
문제는 벽뷰였다
지금의 신혼집 인테리어를 할 때는 서재 공간을 미리 고려하지 않았었다. 우리 둘 다 집에서는 일을 안하자 주의라 답답하면 외출을 하거나 바닷가로 훌쩍 여행을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덩달아 재택도 길어지고, 고통받는 내 목과 허리를 지키기 위해 접이책상과 의자를 하나씩 들이고, 모니터도 구매하기 시작했다. 서재를 둘만큼 큰 집은 아니라 침대방 한켠에 비어있던 공간에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게 벽뷰 내 업무공간이 탄생했다.
처음엔 아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생활도 4주차가 되니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꼼짝도 안하고 집에서 일만 하고 있을거라면 "좀 더 좋은 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서울의 호텔을 찾아봤다. 꽤 저렴한 가격대의 좋은 뷰를 자랑하는 객실이 있었다. 그러다 기왕이면 바다 뷰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강릉이나 속초를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가성비 좋은 숙소들이 보인다.
주말에 결제 직전까지 갔었는데, 갑자기 태풍 소식이 들리고 다음주 초 외부 미팅이 하나 잡히면서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아 그런데 궁디는 계속 들썩들썩 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정말 해보고 싶은데 원격근무. 격하게...
Photo by Daria Mamon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