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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n 15. 2024

정다운 마당이 있는 카페도서관

비가 내리는 날 통창이 있는 도서관에 가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여름날 싱그러운 떡갈나무숲이 내려다 보이는 저희 동네 도서관 3층에 앉아 있는 것을 즐깁니다. 그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을 별관으로 가지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좀 자랐을 때는 아이들은 어린이 도서관에 엄마아빠는 일반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아이들이 엄마아빠를 찾아 일반도서관으로 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의 휘둥그레진 눈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봤지? 우리가 엄마아빠를 찾아냈어."

"우와! 여긴 왜 이렇게 책이 많아?"


대략 이런 놀라움과 자랑스러움, 새로운 공간이 주는 흥분과 호기심을 동시에 담은 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서 자신들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면서 언제든 편안하게 도서관에 가서 칸트와 톨스토이와 장자를 만나는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달콤한 창작의 공간을 연재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창작자에게 어떤 공간이 새로운 생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킬까?'

'창작자에게는 짧은 시간이라도 큰 쉼을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을 쓰는 작가는 출판사와 혹은 자기 자신과 정한 마감날짜에 매여 하루하루 원고를 넘기기로 한 날짜가 다가올수록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합니다. 시간에 매이지 않고 여유 있게 글을 쓰는 작가는 얼마나 될까요? 출판과 판매부수에 매이지 않고 새가 창공을 자유롭게 날듯이 마음속에 시심이 차오르면 시를 쓰고 이야기가 떠오르면 이야기를 써낸다면 글쓰기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정다운 마당이 있는 카페도서관>을 그려 봅니다.

마당에는 계절에 따라 겨울 끝자락의 매화부터 봄의 살구나무꽃, 초여름의 작약과 장미, 가을의 국화까지 차례차례 피어나고 한여름에는 호박과 오이 덩굴이 만들어 주는 그늘아래에 평상을 놓아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공 도서관에서 서가로 가기 전 문 앞에 마시던 음료를 보관하는 장소를 봅니다. 음료를 마시다가 쏟았을 때 책이 손상될 수 있으니 음료를 도서관 내부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금지됩니다. 집에서는 늘 차나 커피를 옆에 두고 책을 보지만 쏟은 적은 거의 없는데 좀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가만히 살펴보니 텀블러에 커피나 차를 밀반입하여 살짝 마시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웃음이 납니다.


 수많은 고뇌의 순간에 창작자의 곁을 지키는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작의 공간에는 창작자가 사색을 즐기며 걷고 쓰고 읽고 마실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초 여름에 피어난 수련
호수에 피어난 수련

제가 생각하는 정다운 정원에는 수련이 있습니다. 물과 수련의 만남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지붕이 멋들어지게 곡선을 그리는 우리나라 전통 정자를 수련 연못 옆에 지어도 좋겠지요? 정자 옆에는 안면도의 붉은 소나무 두어 그루를 심고 모과나 감나무도 함께 심으면 겨울에 눈 쌓인 모습도 그윽할 테고 가을에 모과 익는 내음이 바람결에 실려올 테지요. 늦가을 차가운 바람에 투명하게 붉어지는 홍시 감을 보는 즐거움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달콤한 창작의 공간에 대한 오랜 생각을 조금씩 적어보는 시간은 무언가 생각이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입니다.


"내가 이상주의자 같아?"


저의 옆지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옆지기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대답해 줍니다.


"아니,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혁신주의자잖아."


곁에서 오랫동안 저를 지켜보고 함께 살아낸 옆지기의 말에 힘을 얻습니다.

저의 달콤한 상상의 공간, 정다운 마당이 있는 카페도서관은 조만간 현실이 될 예정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아침에 소나기가 한차례 오더니 이젠 눈부신 햇살이 창을 비춥니다.

큰 아이의 대학원 시험날, 한 발자국씩 차분하게 밟아가는 아이의 멋진 음악의 길에도 이렇게 찬란한 빛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는 아침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좋은 쉼이 있는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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