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저는 가끔 동화책을 사는 어른이입니다.
주말 동안 몸이 좋지 않아 부모님 감자밭에 감자를 캐 드리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집에서 조용히 학생들의 과제를 읽으면서 지냈습니다.
열어놓은 창으로 후덥지근한 열기를 품은 바람이 들어옵니다. 땡볕에 감자를 캐셨을 부모님과 형제들이 생각나 마음이 무겁던 그 순간, 책장 구석에 백희나 작가님의 '달샤베트'라는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마음은 안정감을 획득하기 위해 편안함을 주는 그림책을 향하나 봅니다.
동화 속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더위 속에서 아파트 주민들은 에어컨, 선풍기, 냉장고를 풀가동 합니다.
무더운 여름밤에 달이 녹아내립니다. 이것을 본 반장 할머니가 큰 고무 대야로 녹아내린 달의 물을 모아서 냉장고에 샤베트 틀에 넣은 후 달 샤베트를 만듭니다. 전력을 과하게 사용한 아파트는 정전이 되고 고무대야에 녹아내린 달물을 받아 놓은 반장 할머니 집에서만 밝은 빛이 새어 나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주민들이 반장 할머니 집 앞으로 모여듭니다. 반장 할머니는 냉장고에서 샤베트를 가지고 와서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줬어요. 사람들은 달 샤베트를 먹고 시원해져서 꿀잠을 잤답니다. 그런데 반장 할머니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달이 없어져서 절구와 절구공이를 멘 옥토끼 두 마리가 찾아온 것입니다.
반장 할머니는 어떻게 했을까요?
반장 할머니는 손님을 들어오라고 했고 식탁 앞에 앉혔습니다.
식탁 위 빈 화분에 녹아내린 달의 물을 뿌려주자 거기서 크고 노란 달맞이꽃이 피어났고 하늘을 향해 꽃잎을 연 달맞이꽃 덕분에 하늘엔 다시 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달샤베트를 만들어서 아이스박스에 단단히 포장하여 택배로 더위에 지친 시골 부모님 댁에 보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달콤한 창작의 공간 창작자들을 위한 메뉴에 <작가의 달샤베트>를 추가해야 겠어요. 이 메뉴는 무더위를 피하고 집중하여 글을 쓸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입니다. 창작의 공간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여기 달샤베트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