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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n 22. 2024

이야기를 마시는 집

달콤한 창작의 공간을 연재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창작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기존에 있는 것과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 그렇다면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창작의 영역에 들어가듯이 정원 가꾸기와 옷 만들기, 요리도 결국은 창작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은 창작자다.“


몇 해 전 핑크솔트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요. 선물을 건네주며 저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 소금은 김**작가남의 작품입니다.”


소금을 작품이라니요? 좀 생소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길고 가는 유리 용기에 한식용, 양식용, 샐러드용 등 7가지 정도로 세분화되어 소량의 핑크색 소금이 담겨있고 핑크솔트 베이스로 하여 허브나 후추, 각종 향신료가 조금씩 섞여 특정 요리를 할 때 사용하기 편하게 제조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길에는 그 사람만의 사건이 있고 그것을 이야기로 푼 다면 입고 있는 빨간 스웨터의 올이 솔솔 전부 다 풀릴 때까지 풀어내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마시는 사람들



“우리 커피 한 잔 할까요?”

“좋지요. 카페 갈까요?“


이 대화는 지구인이 ‘저는 당신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라는 뜻입니다. 저도 대화를 진중하게 하고 싶을 때 이런 말을 하니까요. 서로가 나누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인생입니다. 물론 나쁜 목적을 가지고 거짓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주로 하는 사람과는 인간적인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결국 끊어지게 됩니다.


카페에서는 커피나 차 등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커피나 차 등 음료만 마실까요? 아니지요. 우리는 음료와 함께 함께 이야기를 마십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와 마시는 이야기는 씁니다. 또 여행 계획이나 막 사랑을 시작한 어떤 이와 마시는 이야기는 상큼한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또 누군가의 이야기는 어떤 이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섞여 영 텁텁하고 별로인 맛이 납니다.


‘이야기를 마시는 집’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할까요? 어찌 이리 카페가 많을까 신기하기도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 앉아 커피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정겹습니다. 옛날 아낙네들이 모여 빨래하던 우물가나 한여름땡볕 더위를 피해 커다란 마을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 사람들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던 모습의 변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각자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그 길을 걸어가며 고유한 그 사람만의 이야기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빨주노초파남보 각각의 고유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으로 친밀하고 단단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관계를 형성해 갔을 것입니다.


우주 어디엔가 인간보다 훨씬 진화한 생명체가 살고 있고 아바타에 나오는 존재들처럼 서로 작은 신체 접촉을 통해 순식간에 그 사람의 고유한 모조리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들에게는 이야기를 마시는 집, 카페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커피 한 잔 하러 갈까?”

“좋지. 이야기를 마시는 집이 많은데 어디로 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우리, 지금의 삶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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