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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n 24. 2024

운동화 신고 어슬렁 거리다가

저는 짬이 나면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곤 합니다.

초등학교 지나면 탕후루 파는 집이 나오고 약국 모퉁이를 돌면  밖으로 예쁜 꽃이 핀 화분을 잔뜩 내놓은 꽃집을 만나게 됩니다.  운이 좋은 날은 향기가 그윽한 치자꽃 화분 하나를 들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오늘 뭐 하고 지냈어?"

"늦잠 자고 동네를 어슬렁 거렸지."


"어슬렁 거릴 때 기분이 어땠어?"

"완전히 딴 세상 같았어."


작은 아이가 학교 가지 않은 날. 아이는 자신의 선택으로 하루 집에서 쉬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에게는 공부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날은 안 갈 자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혼자 걷거나 여행하거나 늦잠을 자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되게 신기하다. 햇볕이 오늘따라 따뜻하게 좍~~ 비치고 나뭇잎도 더 초록빛으로 반짝였어."

"마음이 신기하게 편안하고 평화로운  느낌이었어."


운동화를 신고 하릴없이 동네를 어슬렁거리기

괜히 카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

사람이 거의 없는 오전 공공 도서관의 서가에서 재미있는 여행서를 발견하기......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 고유한 나 자신이 됩니다.

운동화 신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가 얕은 산 자락 가까이에서 에그타르트와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불편한 편의점' 같은 책을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고 나오기도 하지요.


'구름빵'이나 '달 샤베트'를 보며 마음이 설레인 적도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만나고

숨어있는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일이나 공부를 휘몰아치듯 할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운동화 신고 어슬렁 거리며 만나게 됩니다.


비가 내리려는지 어둑어둑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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