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내 동화
따사로운 햇살이 온 마을에 내리는 참 좋은 봄날, 잘 보내셨나요? 오늘 저는 매우 바쁘게 무언가를 쓰고 이제 겨우 작가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것들을 제목과 함께 한 두 줄씩만 써 놓아도 글을 쓰고 싶을 때 바로 열어서 이어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이입니다.
오늘 저는 제가 아끼는 제가 쓴 동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제목은 바로 <찌걱찌걱 아빠장화>입니다.
이 동화는 1999년 6월에 한겨레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한겨레문화센터 아동문학작가학교 7기 문집으로 제일 먼저 묶였습니다. 위 그림은 그 시절 문집의 겉표지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지요? 그 당시 제 작품은 장래가 다소 밝은 작품으로 동기들의 투표 후 영광스럽게도 문집 커버로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쓴 수많은 습작 중 세상에 나온 동화는 아직 이 동화 한 편뿐입니다.
그 후 2001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서 8편의 동화를 묶어 <별세상 목욕탕>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게 됩니다. 이 제목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김리리 작가가 쓴 동화의 제목입니다. 이 동화책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온라인 서점에서 팔리고 있어요. 20년이 넘게 말이지요. 가늘고 길게 팔리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책을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볼 때마다 제가 쓴 다른 교육서와는 다른 느낌의 무언가가 마음에서 올라옵니다. 혼자 잘 커서 대견하기도 하고 한쪽에 밀어놓은 꿈이 생각나 짠하기도 한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래도 저는 쟁쟁하게 성장한 아동문학작가학교 7기 작가님들의 작품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저의 동화를 많이 사랑합니다.
이 책에는 글동화로 들어가 있는 <찌걱찌걱 아빠장화>를 이제 그림책으로 펴내려고 합니다.
저는 2000년 대 초반쯤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 출판사입니다. 작가님과 함께 책을 내고 싶어 전화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더 큰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다고 거절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저는 영유아교사로 바쁘게 살아가면서 동화책을 펴내는 일은 점점 뒤로 밀려버리고 맙니다.
'인생에서 정말 후회하는 일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사실 저의 선택과 결정에 대부분 만족합니다.
그러나 그때 그 전화 주셨던,
지금은 그림책 시장에서 좋은 책을 많이 펴내고 있는 그 출판사의 손을 잡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법이지요?
저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하며 바쁘게 행복하게 달려왔어요.
이제 <찌걱찌걱 아빠장화>를 그림책으로 세상에 내놓으려 합니다.
"어느 출판사와 계약하셨나요?"
"그림은 누가 그리나요? 그림작가 섭외 하셨나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의 마음이 그림책으로 펴낼 결심을 하고 브런치에 그 이야기를 쓰면서 첫 단추를 꿰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교육 출판사는 현재 이 책이 e북으로 판매되고 있으나 그림책으로 제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편집부에서는 멋진 그림책으로 탄생되길 바란다는 말씀도 해주었습니다.
제 동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편 <찌걱찌걱 아빠장화 2>에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출판사와 인연이 닿기를 소망해 보는 그런 밤입니다.
시골집에 전화하니 엄마가 까르르 웃으시며 반가워하십니다. 지금쯤 아버지와 나란히 누워 TV를 보시다가 끄는 것도 잊으시고 고단한 몸을 단정한 이부자리에 뉘이시고 곤히 주무시고 계시겠지요.
가끔 '앞으로 몇 번이나 부모님과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키가 큰 젊은 그 시절의 아버지가 저 책 표지처럼 큰 풀지게를 메고 그 위에 머루랑 다래랑 잔뜩 쌓아서 가지고 오시던 뉘엇뉘엇 해가 지던 저녁의 행복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 삶의 지극히 풍요로운 유년시절. 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랑에 감사하는 밤입니다.
여러분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