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힘은 공간에서 나온다

우리들의 작은 우체국

by 남효정

현대적인 깔끔한 카페에서 이 글을 쓴다.

여름휴가를 맞은 나. 일거리도 함께 쌓였다.

폭염이고 창작을 위해서는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깨끗하고 탁 트인 공간에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주변의 대화, 커피 내리는 소리, 얼음을 분쇄하는 소리들이 백색소음으로 깔린다.


창작자의 창의력은 공간에서 나온다. 칸막이가 설치된 카페공부족을 위한 자리에 앉는다. 소음은 들리고 아늑하게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밖으로 향했던 것들을 거두어 내 안으로 향하게 하는 시간. 나는 나에게 집중한다. 오랜만에 마음 편안하게 책을 읽기도 한다. 노트를 가져오지 않아 카페 냅킨에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하다가 내 글씨를 보니 반갑다.


물리적인 공간은 창작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공간은 분위기와 연결되고 창작자의 감정에 작용한다. 어릴 적에 경험했던 공간들이 떠오른다. 낡은 옷장 안이라든가, 소나무 향기가 그윽한 풀숲 한가운데, 그리고 초등학교 계단 아래에 있었던 자그마한 공간. 그 공간에서 학교의 허락을 받고 우체국을 차렸었다. 친구들에게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싶어 한 아이들이 전교어린이회의에서 의견을 냈고 많은 아이들이 동의하여 실행하게 된 것이다.


우리들의 우체국이 된 그곳은 어둡고 습기가 많았다. 유난히 따뜻한 느낌이 나는 맑은 전구가 그곳에 있었는데 전구 옆에 비틀어서 켜는 스위치가 있어서 나와 함께 초대 우편배달부가 된 A와 나는 먼저 들어간 사람이 불을 켜기 전까지 온전히 먼지와 습기가 버무려진 그곳 특유의 분위기를 강렬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거미줄, 반쯤 젖은 대걸레, 몽당분필을 모아 둔 것들, 서류뭉치들과 몇 권의 책들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조금 넓은 책상을 깨끗이 닦고 우편함을 쏟아 반별로 편지를 분류하고 아침 시간대를 이용하여 각 반에 편지를 배달했다. 온전히 명예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하고 싶어 했던 일이기에 단 두 명 선발된 초대 우편 배달원이 된 우리의 마음은 한여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그곳에서 우리는 소녀들의 꿈, 문학 이야기, 우리들의 우체국 운영, 편지 배달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등을 의논했다. 우리가 빨간 가방을 메고 각 반을 순회하면 아이들의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Copilot_20250729_182251.png 우편배달부를 하던 나_Copilot+남효정


"김하늘~~ 편지 왔어요."


"히히, 나야 나!"


편지를 받은 아이들은 펄쩍 뛰어오르며 좋아했다. 무언가를 전달해 주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포근함과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것을 나는 그 어린 나이에 강렬하게 느꼈다. 우리들의 우체국. 그 작고 먼지투성이의 공간에서 나는 무언가를 쓰거나 우리들의 우체국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슴 부풀었다. 밖으로 나오면 멀리 바다가 보이는 초등학교에서 바다 멀리 응시하며 서 있던 그 시간. 숨바꼭질을 할 때 이불아래에 숨어있던 아이가 이불을 쓰고 갑자기 나타나듯이 바쁜 일상 중에 그 장면이 우뚝 솟아난다. 나는 그때마다 그 작은 우체국과 학교가 때때로 그립다.


Copilot_20250729_182247.png 편지를 받는 아이_Copilot+남효정


내가 그 작은 우체국 나무 테이블에서 쓴 글들이 가끔 궁금해진다.


'그때 나는 무엇을 썼을까?'


모아두지 않은 글들, 귀퉁이에 작은 토끼나 딸기가 그려진 메모지에 정성껏 썼던 꿈이나 우정이나 시 같은 것들이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집에서 키우는 행운목이 여러 번 잘라주었음에도 또다시 천정 높이까지 자랐다. 층고가 높다면 자르지 않아도 될 것인데 아파트 층고에 맞추다 보니 벌써 세 번 정도 줄기를 잘라서 물에 담가 두니 다시 그 단면에서 뿌리가 나서 네 그루의 행운목이 자라고 있다. 잘린 체 개체를 늘려가는 행운목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층고 높은 공간에서 그 나무들을 창가로 배치해 마음껏 자라도록 키워보고 싶다. 한 번도 꽃이 피지 않은 이 나무가 일조량이 충분한 창가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본다.


산세베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한 밤중에 꽃을 피울 거 같다.


"이게 무슨 향기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안 이곳저곳을 다닐 것이고 행운목 앞에서 멈추어 것이다.


공간.

층고가 높은 카페에서 초록 식물들을 크게 키우고 싶다. 식물 옆에 테이블을 놓고 차를 마시거나 글을 쓰거나 대화를 나누는 상상은 늘 즐겁다.



'글을 쓴다는 것이 날마다 이어가야 하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인가?'


'내 마음의 거품을 걷어내는 즐거운 정화의 작업인가?'


사람들이 들고 나는 카페에서 나는 생각한다.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작업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쓰는가?'


나는 쓰는 순간 행복하기에 쓴다. 글쓰기는 나에게 산책 같은 것. 맨 마지막까지 나의 친구로 남아있을 것이다.

또, 내 글로 세상이 조금은 좋아지기를 바란다. 특히,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힘을 실어주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로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쓰는 일은 늘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너무나 미미하다. 그래도 유아교육현장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책이라 소중하다.


달콤한 창작의 공간에서 나는 콤부차를 한 잔 마시고 창작자인 나를 돌아본다.


Copilot_20250729_182238.png 편지를 배달하는 즐거움_Copilot+남효정


#달콤한 창작의 공간 #창착 #편지 #편지배달 #우편배달부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고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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