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나무가 있는 카페에서

by 남효정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 카페를 보면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가곤 한다.

식물과 햇살, 음악이 어우러진 곳에서 좋은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는 나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걱정이나 근심을 그대로 내보여도 말이 날까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편한 사이의 사람과의 대화가 좋다. 이런 대화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서로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래, 맞아'라고 공감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주나무가 있는 카페 냉장고_사진 2025.6.28. 남효정

이런 시간에 달콤한 케이크가 빠질 수 없다. 정성 가득한 수제 케이크가 가득한 냉장고를 들여다본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자고 서로 골라보라고 권한다. 우리는 늘 그렇다.


우리는 유주나무가 있는 카페 창가에 앉는다.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다. 이곳은 가구를 전시하고 세팅된 소파와 테이블을 경험하고 마음에 들면 그 가구를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 어찌 보면 드넓은 다방처럼 보이기도 한다. 웃음이 난다. 손님들도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분들이라 더욱 어울린다.


가구가 전시된 카페 안 2025.6.28. _사진 남효정

혼자 글을 쓰거나 책을 보는 노인이 있고 대부분은 중장년과 노년의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곳인가 보다.


우리는 약간 어색한 기분이지만 넓고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혼자 앉아 차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보인다. 우리 아버지 연세 정도 되는 듯한데 무슨 책인지 몰입해서 읽으신다. 한쪽 구석 자리에서 비스듬히 앉아 핸드폰을 하는 30대 여자를 제외하고 이 카페에서 우리가 제일 젊다. 아니, 나이가 제일 적은 것 같다.


나는 창가의 유주나무 화분 가까이 자리를 잡고 나무의 열매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작은 귤인 줄 알았는데 유주나무네. 여기 쓰여 있어.”


“귀엽다. 어떻게 저렇게 주렁주렁 열렸을까? “


“통창으로 해가 잘 들어와서 그런가 봐.”


내 레몬나무에는 언제쯤 꽃이 필까? 레몬 딱 세 개만, 아니, 다섯 개만 열렸으면 좋겠어.”


레몬개수를 늘리는 나의 말에 스스로 웃음이 나온다.

나는 산미가 있는 커피를 마시며 카눌레를 한 조각 베어문다. 옆지기는 소파에 비스듬히 앉았다.


“온실을 만들고 그 안에 옮겨 심거나 어쓰백 하우스를 만들고 통창을 크게 내서 그 안에 심어도 좋겠어. "


어쓰백 하우스(Earthbag House)는 흙을 담은 자루를 층층이 쌓아 올려 벽체를 만드는 친환경 대안 주택으로 옆지기의 꿈의 주택이다. 버섯 모양, 엎어 놓은 헬멧 모양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도시를 떠날 수 있을까?"


“네가 결정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떠날 수 있지.”


일터가 서울인 나는 망설이고 있다. 자연의 풍요로움에 잠기고 싶은 마음과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 두 마음 사이에서 나는 늘 줄다리기를 한다. 그러다가 그 줄은 나는 나의 일 쪽으로 끌어당겨지며 일이 승리로 끝난다.


나는 때때로 복잡한 서울 안에서 숨 쉴 틈을 찾는다. 북한산이나 한강, 청계천이나 중랑천 등을 걸으며 짬짬이 자연을 즐긴다. 아주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채우려고 도시에서 자연이 싱그러운 이런 곳을 걷는다.


"계절이 달라졌어. 이제 동남아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집에서 재배할 수 있겠어."


"레몬트리 아래서 차 마시는 날이 곧 오는 거지."


"지구 온나화라고 낙심하지 말고 나무를 심어야겠어. 이 기후에 적응하는 나무를."


우리는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찾아올 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둘이 사는 집에 가정을 이룬 아이들이 찾아오겠지. 손주들도 언젠가는 생길 것이고 그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곳을 원할 것이다. 우리가 자연 속에 있다면 그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팍팍해진 마음이 집에 가끔 올 때마다 편안해질 것이고 우리는 유기농 채소 등을 아이들에게 싸주고 작지만 당도가 높은 과일도 몇 알 챙겨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그 위대함을 배우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상상한다. 흰머리에 바지런하고 유쾌하게 웃어젖히는 노년의 우리를 그려본다. 앞으로 나는 더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유주나무가 있는 카페에서.




#유주나무 #자연 #CAFE VIEW #카페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2025년에도 고요하고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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