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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01. 2023

비록 당신이 속일지라도 응원은 진짜다

응원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글을 쓰기 시작 이후부터는 삶의 모든 부분을 글감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저절로 연결이 되고 흥미롭다. 가끔은 유레카를 외치며 휴대폰 메모장에 끄적여 놓고 글 쓸 때 꺼내서 쓰기도 한다. 세상 참 좋아졌다. 어딜 가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기억력 좀 떨어져도 모든 기억의 집합 장소를 만들 수 있다.  여행은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행의 기억의 파편들을 잘 주워 담아서 사람에 대해서 곱씹고 행동과 환경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래서 일상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는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신나게 반나절을 물놀이 빠져 노는 동안 잔디에 널브러져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햇볕샤워도 했다. 사진에 있는 바위는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는 곳인데 온갖 이상한 자세로 다이빙을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싱크로 나이즈를 하나 싶을 정도로 멋진 포즈로 다이빙하는 아이, 날개 돋친 듯 하늘을 나는 새 포즈를 하며 다이빙하는 아이, 둘이 손을 꼭 잡고 동시에 뛰어내리는 아이를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들 중에는 별이와 다엘이도 있었다. 별은 새로운 친구들을 금세 사귀었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반나절을 놀았다. 그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그 소리를 듣고 수영장 앞으로 가서 한 동안 관찰하며 서 있었다.  보아하니 다 큰 성인 남자가 다이빙 시도를 하려는 데 겁이 나는지 뛰어내리지 못하고 서성이는 장면이 보였다. 170 센티미터 정도는 족히 되어 보이는 다 큰 성인이 그러고 있으니 이목이 집중 됐다. 남자는 가슴에 한 손을 올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고, 옆에 선 여자친구처럼 보이는 사람은 손을 꽉 잡아주고 있었다. 몇 번이고 뛰어내리려는 시늉을 하려다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뒤에선 더 작은 아이들은 할 수 있다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Let's Go! OO Let's Go!  


  렛츠 고는 확실하게 들렸는데 이름을 모르겠지만, 무슨 야구나 축구 경기장에서 들을 법한 응원가 같이 들렸다. 몇 분 동안 반복해서 떼창 하는 아이들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면서 먼저 시범을 보여주겠다면서 꼬맹이들도 뛰어내리고, 12세에 키 120cm인 다엘도 뛰어내렸다. 뛰어내린 후 물속에서 돌 위를 올려다보며 손짓했다. 내려오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는 반복 하며 뛰어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어른도 무서울 수 있지.

고소공포증 있나?

그런데 어떻게 위에는 올라갔지?

진짜 무서운 건가?

쇼하는 거 아닌가?

와 애들이 응원을 진짜 열심히 해주네

아름답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는 동안에도 뛰어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한참 구경을 하다 엎드려 책을 조금 더 보고 있었는데 소리는 점점 커졌고 아이들의 응원 떼창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뛰어내렸나 보려고 미끄럼틀 아래로 쳐다봤다. 여태 망설이고 있었고 상의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위의 사진을 찍자마자 여자는 남자의 등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고 남자는 못 이기는 척 뛰어내렸다. 절대 민다고 밀릴 손가락 힘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다이빙에 성공했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모습은 아 저건 쇼였구나 싶었다. 그리고 물속으로 뛰어내리자마자 한마디 했다.


Follow my Youtube!

   뒤에서 응원했던 아이들의 응원에 찬물 끼얹는 듯한 한마디였다. 그 서성거린 30분이 유튜브 콘텐츠를 뽑기 위한 쇼였을까? 진정 유튜브 콘텐츠를 위한 거였냐는 말이다. 그렇다한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다. 과연 주변을 둘러쌌던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경험이 없다면 그렇게 자신 있게 응원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뭐든 이렇게 한 번만 경험하면 그다음을 쉽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높은 물 미끄럼틀에서 혹여나 물에 빠질까 봐 두려워서 주저주저하던 8세 막내 요엘도 딱 1번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뒤 족히 100번은 탄 거 같다. 경험이 자신감을 주고 작은 성공이 그다음으로 이끈다.


엄마도 탈래요? 물에 안 빠져요. 그리고 얼마나 재밌다고! 나 여기서 살고 싶다!

두렵고 겁나지만 도전해 봤기 때문에 엄마한테 말할 수 있는 8세 어린아이의 자신만만한 권유처럼 말이다.


경험이 자신감을 주고 작은 성공이 그다음으로 이끈다.

나 또한 숱한 경험을 통해 이를 알게 됐고 나도 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글 쓰라고 말할 수 있다. 책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똥손이라며 그림 못 그리는 사람에게 해보라고 말한다. 일단 시작해 보라고 말한다. 영어훈련하다가 자기는 안 되겠다며 여기까지만 하겠다는 사람에게 그다음 단계를 위해 도전해 보라고 말한다.

왜? 내가 경험해 봤으니까, 하면 되는 걸 아니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남자가 요행을 부렸다한들 주변의 응원은 진심이었다.

경험에서 우러 오는 진심, 상대방이 성공해서 환호하며 축하하는 진심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무엇인가를 시작하려고 꿈틀대면서 겁이 나 움츠리고 있다면 일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Try anything.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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