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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03. 2023

밧 디즈 유어 남? Wat is jou naam?

What is your name?


Wat is jou naam?


 주일 오후, 교회 마당에서 초등 고학년 흑인 여자 아이들과 수다를 떤다.  매주 예배가 끝나면 까부작거리는 몇 명의 여자아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이말 저말 하면서 웃음보따리를 늘어놓는다. 보통 대화는 영어로 하는데 자기들끼리 말할 때는 부족 언어를 쓴다. 줄루어, 세페디어, 츠완어, 소토어 등 자기들이 쓰는 언어로 소통을 한다. 그럼 못 알아듣는 말이나 궁금한 말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장난도 섞어서 말이다. 말만 재밌는 게 아니다. 제스처나 표정은 어찌나 풍부한지 한국 사람들이 흥분해야 나오는 표정이 이들의 평소 대화 시추에이션이다. 오늘은 한 흑인 여자 아이가 내 앞에 다가와 섰다. 그러더니 주변 친구들을 조용히 시켰다. 힌트를 주지 말라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고 쉿 하는 포즈를 취했다.


Wat is jou naam?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맞춰보라는 건지 앞뒤 문맥 없이 나에게 연거푸 세 번을 물었다.

이건 딱 봐도 영어는 아니게 생겼지 않은가, 맞다. 아프리칸스어다. 녀석이 좀 똘똘하던데 자기 종족언어에 영어에 아프리칸스어까지 3개 국어를 하는 셈이다. 남아공 공식 언어 중의 대표언어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칸스어를 꽤나 잘하는 듯했다. 대체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데 나는 마트에서나 보고 알지 도통 영어만큼도 들어오질 않는다. 다행인 건 내가 봐주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첫째 별이 덕에 두 남자 녀석도 학교에서 배워와 집에서는 별이가 다 도와준다.  


 뭔가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지만 참 어렵다. 중국에 단기선교를 갔을 때는 한자 잘 못써도 말하는 게 그렇게 흥미롭더니 그때 익혔던 언어 몇 가지는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영어는 평생을 배우고 최근 몇 년 용을 써서 이제 좀 쓰면서 산다. 저 아프리칸스어는 영어랑 비슷하게 생겨 영어인 척하면서 서점에 누워있는 책을 잘못 가져올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서관에서도 한참을 뒤적이다 정신 차리도 보니 영어가 아니어서 다시 되돌아가 교환해 온 적도 있다.

무튼, 오늘 여자아이가 나에게 Wat is jou naam?이라고 묻는데 그 순간 콧 방귀를 뀌었다.

왜 이래! 나도 이 정도는 안다고!


"My name? Rachel."이라고 대답하자 알아들은 게 신기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잠시 한술 더 뜨면서 그럼 대답도 아프리칸스 시작으로 해야 한다고 으름장이다. 그래서 다시 "My naam is Mpho."라고 말하니 그건 세페디이름이랑 아프리칸스어 섞은 거 아니냐며 왜 이름은 아프리칸스식으로 말 안 하냐고 되묻는다. Mpho(음포)는 현지인이 지어준 나의 세피디어 이름이다. 나? 아프리칸식 이름 없는데? 하고 말했는데, 그럼 아프리칸식 이름도 하나 가져하나 싶었다. 한국어 이름, 영어 이름, 세페디어 이름 그리고 닉네임까지 합치면 참 많은 이름을 가졌다. 그렇게 이름이 많다고 묵상하는 도중에 또 한 아이가 훅 치고 들어온다.

“그래서 선생님 나라 언어로 이름은 뭔데요? 그 이름 뜻은 뭔데요?”

South Korea라고 얘기해도 만년 우리가 China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작지만 강한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아프리카에 절반이 훨씬 넘는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이름을 알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던가,

그런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사람보다 큰 나라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기업이나 회사, 한 사람이 브랜딩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이를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시간, 데이터가 축적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나를 브랜딩 할 수 있을까? 내 이름에 맞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의 생각이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의 꼬리를 물고 여기까지 왔다. 브랜딩화 시키는 일이 어려운데 해낸 사람들 보면 숱한 시간과 노력을 매일 쌓았다는 거다. 새삼 유명한 사람들이 그냥 하루아침에 그냥 그 자리에 앉았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Wat is jou n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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