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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22. 2023

글에 반쯤 미쳐 살기

손가락에 모터 달고 전자책 집필 완료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걸 싫어한다.

 워낙 성향이 차분한 데다가 E 성향에서 I 성향으로 바뀐 지 몇 년 됐다. E 성향일 때도 수치가 월등히 차이나는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도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부류에 있었다. 그러다 뭔가 남이 시키면 또 빼지는 않고 마지못해 하기는 하지만 뻔뻔하진 못했다. 변죽이 좋질 못하다고 흔히 말하는데, 애 셋 엄마가 되고 40년 넘게 살아오고 있는 지금도 변죽이 좋질 못하다.


 큰 소리 내서 웃는 일도 잘 없었다. 중학교 이후부터 그랬던 거 같다. 더 어린 시절에는 까불기도 잘 까불고, 몸으로 하는 걸 잘했다. 손으로 하는 것도 잘했는데, 나이 먹으면 더 개발이 되어서 지금도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한다. 게다가 손이 빠르다. 사람의 특징 파악도 잘해서 성대모사나 동작 흉내도 잘 낸다. 농담 따먹기는 좋아한다. 위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너무 진중하지도 가볍지도 않고 싶다.  

 지금 무척이나 졸려서 반쯤 감긴 눈으로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왜 나를 회고하는 기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걸 싫어해서 뭘 해도 소문을 잘 안내는 편이다. 다시 말하지만 청소년기에 자존감이 한없이 땅을 파게 된 계기 이후로 매사에 조심스러워졌고, 돌다리 두드리는 게 습관이 됐다. 가능성을 보면서도 두려움이 가득이었다. 걱정이 삶이 됐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뒤늦은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자아의 변화가 관계의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늘 그 사랑이 내게는 형식 같았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낮은 자존감이 회복되기까지의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인격적인 만남을 통한 신앙의 힘이었고, 두 번 째는 나를 끔찍이도 사랑해 주는 남편을 만난 것이다. 세 번째는 코로나 이후 내가 해낸 많은 기록과 결과물이다.


 작가와 코치로 서기까지 많은 도전이 있었다. 처음 생각해 보면 오늘이 있을 거란 상상은 못 했던 것 같다. 당시의 새로운 시작과 설렘, 무게와 방황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서 봄이 왔을 때조차도 내게 봄이 온 건지 아닌지 얼떨떨했다. 책 한 권 냈다고 내게 봄이 왔을까? 아니었다. 내 이름으로 낸 책 한 권이 엄청난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진 않았었다. 처음에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권 , 세 권 책을 쓰고, 매일 글을 쓰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들쑥날쑥한 날도 있었지만, '작가님'이라 불러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 덕에 애써 내가 작가임을 망각할 순 없었다. 나를 글쓰기의 틀에 몰아넣기도 했다.

 영어 소리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했을 첫 무렵, 두려웠다. 원하던 코치가 됐는데 뭔가 자신 없고,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배운 모든 것을 총 동원하고 정성과 시간까지 플러스해서 매 순간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회원과 동료 코치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감사인사도 받게 되었다.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코치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이 일이 좋고 피곤해도 집중할 때 행복하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늘어가고, 나를 통해서 결실을 맺는 회원이 늘어날 때마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그런 거다.


 지난주 전자책 주제를 잡고 바로 집필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집필을 마쳤다. 1주일간 매일 쓰지 않았다. 지난주 이틀에 몰아서 쓰고, 어제오늘 이틀에 몰아 썼다. 집중해서 앉아 있을 시간이 부족했다. 글을 쓰다가 중간중간 머리를 쉬어 주고 싶을 때는 책을 펼쳤다. 어떤 책이든 책 안에서는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이 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 글 쓰는데 도움이 된다. 전자책 집필은 종이책에 비하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쉽지도 않다. 꼭지도 짧고 내용도 더 가벼울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필요한 주제를 선정하고 줄 수 있는 팁을 쏟아부으며 글을 쓰고 나니 뿌듯한 마음과 약간의 염려가 섞여 있다.

 이전의 내가 어떠했든 난 이제 내 것을 좀 드러내야 하는 입장에 있다. 홍보도 빠방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나를 PR해야 하는 위치에 서야한다. 이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책 한권 탈탈 털고나니, 뭔가 허탈한 마음이 든다. 바로 또 세 번째 전자책 집필도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곧 공저가 시작될 거다. 하나는 매우 익사이팅한 주제일 거다. 또 하나는 꾹꾹 마음과 노하우를 눌러 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 쓰기 작업이 즐겁다.  이은대 작가님이 완전 미쳐야 된다고 했는데, 아직 좀 더 미쳐야겠다.

 

 어쩌면 졸려 죽겠는데, 15 꼭지 완성하고 블로그 글 한편에, 브런치 글까지 쓰고 자려고 하는 나는 이미 그 이상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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