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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26. 2023

큐브신동

 세상에 하찮은 노력은 없습니다.




  얼마 전부터 둘째 다엘이 새 큐브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집에도 큐브가 네 개나 있는데 이전에 사둔 큐브는 뻑뻑해서 잘 안 돌아간다는 이유였습니다. 워낙 자기 마음을 잘 안 드러 내는 둘째라 늘 제 마음이 시린 아이입니다. 계속해서 마음을 표현하라고 말하곤 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본인이 느껴야 하는 또 다른 상황에 대해서 염려가 많아서인지 좀처럼 표현을 아끼더군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요. 뭔가 요구할 때 얼마나 속에서 싸움을 많이 하고 말을 꺼낼까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여하튼,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큐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큐브 신동이 나와서 초시계를 재면서 소닉의 움직임처럼 손이 안 보일 정도의 속도로 큐브를 맞추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가족 모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신기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큐브신동의 신기록과 장면이 이슈가 되자 큐브 규칙에 대한 비법 콘텐츠가 유튜브에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한 번은 남편 본인이 그 규칙을 알아보겠다며 유튜브를 보고 있더군요. 저는 어디 한번 잘 파보라며 영상을 뚫어져라 보는 남편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수분 지나지 않아 그 방법을 발견하고는 아이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했죠. 그 당시에 아이들에게 일러줬을 때 아이들은 그 규칙을 쉽게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따라 하면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편도 며칠 연습을 하더니 그 이후로는 안 하더군요. 계속 연습해야 할 이유가 없을 테지요.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니까요.


 둘째 다엘과 셋째 요엘은 결국 몇 주 전 새 큐브를 얻었습니다. 문구점의 큐브 코너에서 둘이 상의를 하더니 Masic Cube라고 적힌 것을 하나 골라왔습니다. 한화로 5천 원도 안 하는 건데 얼마 안 남은 본인 용돈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인지 둘이 얼마를 낼까 고민하더군요. 그 모습이 측은해서 다른 상품 계산할 때 같이 해서 쥐어줬습니다. 차 트렁크에 장바구니를 넣을 때 큐브를 쏙 빼서 가지고 차에 타더군요. 그날 이후로 집에 와서 돌아가면서 심심할 때마다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때마다 앉아서 어떻게 하면 빨리 돌릴까를 고민하면서 연습하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게 그냥 심심해서 놀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습니다. 그 사이 큐브는 책상 위에도 있다가 바닥에도 있다가 침대에도 있다가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사방을 돌아다녔습니다.


 오늘 저녁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요엘이 오더니 제게 자기를 보라며 신신당부했습니다. 자기가 하는 걸 잘 보라고요. 6면의 색을 동시에 모두 다 맞출 수 있다고 말이지요. 처음에는 뭐 하나 그냥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한 줄 , 두줄, 세줄 착착 맞춰지는 걸 보면서 제 입에서 절로 오! 오! 소리가 나왔습니다. 다엘은 열두 살, 요엘은 여덟 살입니다. 요엘은 막내여서인지 뭘 해도 늘 아기 같아서 신기하기만 하지요. 고슴도치 엄마 마음입니다. 이 녀석이 짜잔 하면서 다 맞춘 걸 보여주는데 너무 신기하더군요. 이전에은 매번 마지막 한 줄이 안맞아 아예 큐브를 빼서 자리를 바꾸는 모습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완성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뿌듯하게 솜씨를 내보이는 아이를 보니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엘에게 그 규칙을 배웠습니다. 아래-> 왼쪽 -> 위 -> 오른쪽 순서대로 돌리면 착착 맞춰졌습니다. 요엘은 한마디 덧 붙였습니다.


형아가 알려준 거예요! 형아는 더 잘해요!

 제가 호들갑스럽게 다엘을 불렀어요. 어서 와보라고요. 사실 저녁에 게임을 너무 오랜 시간동안 해서 그만하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입이 댓 발 나와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지요. 그런데 호들갑스럽게 불러대니 왜 또 부르냐며 신경질이 살짝 난모양입니다. 부름에 터덜터덜 걸어왔습니다. 한번 해보라고 하니 요엘보다 3배는 빠른 속도로 후다닥 맞추고 눈도 안 맞추고 휙 자기 방으로 갑니다. 근데 저는 봤어요. 돌아서면서 씨익 입꼬리가 올라가는걸요.  아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녀석이 이걸 잘하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구나.


 엄마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뿌듯했을 거예요. 약간을 퉁명스럽게 시크한 척 돌아섰지만 그 입꼬리가 말해줬지 않습니까, 뭐든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열심히 하는 게 맞습니다. 책상에서 침대에서 바닥에서 틈 날 때마다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동생보다 3배는 빠른 속도로 큐브를 맞출 수 있었겠지요. 나의 노력을 누군가 알아줬을 때 티 내지 않아도 마음 깊은 만족감과 자존감이 일어날 겁니다.


 꾸준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실력도 증가하게 됩니다. 세상에 하찮은 노력은 없습니다.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오랜 시간 동안 해왔겠죠.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주변에서 다들 인정하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 TV 프로그램에도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요리를 잘하고 싶은 사람은 매일 요리연습을 해야 합니다. 주부 14년 차 되니 이제는 눈 감고 간도 맞춥니다. 제가 코로나에 걸려 미각, 후각을 2번이나 잃었을 때 가족들이 그나마 간이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건 14년 간 꾸준히 음식을 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엄마들의 숙명이긴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물감을 아끼지 말아야겠죠. 매일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려야 합니다. 그림 초보가 이모티콘 승인이 되어 판매하고, 디지털 드로잉 튜터가 되고, NFT에 그림을 올려 판매했습니다. 오프라인 전시회도 열어 작품을 팔아 기부 전에 참여했습니다.

영어가 잘 하고 싶고 소리를 바꾸싶어서 매일 훈련했습니다. 매일 2시간, 3시간, 4시간 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하려고 시작한게 아니었어요. 하다보니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하면서 더 잘하고 싶어 시간을 더 할애했습니다. 그렇게 훈련해서 시험에 합격하고 코치가 되었습니다. 코치가 되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하루 1시간이상 훈련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매일 글을 써야 하겠죠. 틈틈이 메모해야 합니다. 매일 꾸준히 써야 합니다. 매일 글을 썼기 때문에 책을 낼 수 있었고, 책을 내고 또 냈습니다. 매일 글 쓰고 공부하다 보니 책 쓰기 강사로, 코치로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분야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해내며 살아갑니다. 배우고 싶은 악기, 운동, 기술 등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열심히 해서 해내고 말 겁니다. 거기다 꼭 해내야 하는 목표와 기한까지 세운다면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겠죠.

 하다 말다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은 해냄 정신으로 버티기를 잘합니다. 간혹 유혹이 찾아와요. 잠시 내려놓을까, 오늘은 좀 쉴까, 아픈데 피곤한데, 전기도 나갔는데, 바쁜데, 너무 졸린데......

수많은 유혹이 있죠. 그렇지만 매일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것 목표를 향한 마음과 성장의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매일 하세요. 지금은 잘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그저 꾸준히 해보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실력이 됩니다. 실력은 갖춘 사람은 준비된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빛을 발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매일이 1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늘은 오늘의 1일

내일은 내일의 1일

그렇게 쭉 이어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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