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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16. 2021

감정 오지라퍼  

누군가에겐 슬픔이, 누군가에겐 기쁨


건강한 드라마, 스트레스 없는 드라마,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목 누가 지었는지, 너무 잘 지었다.

드라마도 좀 봐야 좋은 대사도 듣고 글 소재도 써보는데, 요즘 영 드라마가 봐지질 않는다.

드라마 볼 시간에 책 더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는 명목하에 말이다.


시즌2가 시작되었고, 1화를 봤다. 역시 명불허전 슬의생.

그리곤 2화 부터 4화까지 또 밀려 버렸다.

지난 주말 몽땅 정주행했다.

역시 잔잔한 미소와 희망적인 메세지로 가득한 슬의생이었다.


시즌 2에는 겨울정원의 러브 스토리 뿐 아니라, 아슬아슬해 보이는 곰커플과 익준송화커플의 이야기도 연예감성을 자극한다. 연예세포 죽어버린 결혼 12년차에 드라마는 가끔 설레는 연예감성을 살랑살랑 만져줘서 좋다. 시선을 집중케 하는 러브 스토리 말고, 한 가지 소재가 더 자꾸 맘에 쓰였다.

소아 병동의 두명의 엄마,

은지엄마와 민찬 엄마였다.

아이의 심장이식을 기다리며 서로를 토닥 거리며 챙겨주는 모습에 자꾸 마음이 뭉클해졌다.


둘째 엘이가 출생 후 1년 사이 병원에 입원을 네 차례나 했을 때가 떠올랐다. 출생 3주 이후부터 온갖 전염병과 유행성질병에 걸려 갓난쟁이 때부터 병원 문이 닳도록 다녔다. 안가본 대학 병원이 없었다. 이 때의 1년은 내게 생지옥같았다. 수십가지 알러지 반응에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모유와 흰쌀 그리고 몇가지 야채 뿐이었다. 모자란 모유와 식이 알러지 때문에 이유기 후반 부터 엘이는 밤낮 두유를 달고 살았다.

심장이식 수술의 고통을 가진 부모에 비할바이냐만은, 어느정도 애타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모든 케이스의 수술이 성공하고, 위기를 넘기면서도 웃음짓고 희망을 볼 수 있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참 좋다. 희망적이고, 잔잔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심장 공여자가 나타났다며 은지 엄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김준완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순간 멈칫 하는 단어가 있었다. 뇌사판정, 죽음의 기로에서 더 어두움으로 가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었다.

희비가 갈리는 순간,

준완과 은지부모, 병원 관계자들이  그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을 때,

저편에서는 뇌사판정을 받은 당사자와 가족들은 슬픔에 빠져있었을 거다.


*뇌사 : 뇌의 죽음, 뇌간을 포함한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여 뇌 활동이 회복할 수 없는 상태.                                뇌사 상태에 빠지면 환자는 심장이 스스로 뛰어도 호흡은 자발적으로 하지 못한다.


그저 지나가는 대사였지만 그 단어의 꼬리를 물고 상상되는 저 건너편의 상황이 쓸데없이 신경쓰였다. 그저 드라마임에도 실제로 그런 케이스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어쩌면 뇌사판정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는 이기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 그런 생각말이다. 내가 행복해하며 웃고 있을 때, 어디선간 슬픔에 빠져 눈물 짓고 있지는 않을 지 쓸데없는 감정오지라퍼가 될때가 종종있다.


민찬엄마는 먼저 심장공여를 받게 된 미안함을 가득안고 은지엄마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 은지의 심장공여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 홀에서 기다렸다 두 사람이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분명 따뜻했다. 실제로 그렇게 맘 졸이며 하루하루 목구멍이 포도청이며,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은 매일을 살아가는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 그 순간 나도 함께 기뻐했다.


내 앞에서 까부작 씰룩거리며 뛰는 세 녀셕들을 보면서 그저 내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함에 감사한다. 나에게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느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말이다.


이기적인 감정이래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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