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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17. 2021

물개박수 백만개

평범한 너의 성장은 나의 거대한 기쁨.



바쁜 아침,

다섯 살 막내 엘이는 갈색 신발장 두 개의 문을 활짝 열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곤 제일 밑 칸에 있는 운동화를 한 손에 한 짝씩 꺼내 들었다.

운동화를 바닥에 내려놓고 발이 잘 안 들어가는지 발을 구겨 넣는 듯 보였다.

형, 누나가 급하게 뛰어나간 뒤 꽁무니를 따라 급히 신발을 신고 뛰어 나갔다.

아이를 보내놓고 집안 정리를 하면서 신발에 발을 구겨 넣던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오후 하원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엘 갔다.

문앞에서 이름을 부르자,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 손에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걸어 나왔다.

한동안 영어가 안통해서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눈물 바람이었던 엘이였다. 

늠름하게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오늘은 엄마 얼만큼 보고 싶었어?”


“음…. 새가 하늘로 날아가는 만큼! 아니, 태양이 하늘로 올라가는 만큼! ”


그저 하늘만큼, 땅 만큼이라고 표현해도 감탄할 만한데 잠시 생각하다가 던진 아이의 대답은 기대 이상이었다. 새가 하늘로 날아가는 만큼과 태양이 하늘로 올라가는 만큼이란 표현은 해본 적이 없다.

아니, 보고 싶은 것에 빗대어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곤 엘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 있잖아요. 오늘 발가락이 이렇게!! 돼서 불편했어요.”


발가락 대신 네 번째 손가락을 세 번째 손가락 위에 얹으면서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엘이의 설명에 기가찼다. 설명이 너무 실감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침 내내 마음에 걸렸던 장면이 사실이었다. 엘이는 신발이 작아진 것에 대해서 자꾸 언급했다. 신발이 왜 작아졌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듯 큰 소리로 말했다.


“아 ~ ! 신발이 작아지는 게 아니고 내 발이 크는 거구나.”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엘이의 말을 듣자마자 내 눈은 휘둥그레졌고, 손은 물개박수를 치고 있었다.

엘이의 생각도 마음도 엄마인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크고 있음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유아교육 현장에 오래 있었다. 여러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교사로 있던 시절, 아이들을 보면서 감탄할 일이 많았다.

비 맞았다는 선생님에게 "그럼 내 우산 가져가지 그래요?" 하는 진혁이, 

때론, "선생님은 화장 안한게 더 이뻐요." 라고 말했던 진우, 

"선샘미랑 결혼할거야." 했던 재웅이, 

"선생님 뚱뚱해요." 라고 말했던 민우,

"선생님이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 고 했던 미림이. 

15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이들이 했던 말들이 종종 기억 난다. 

하물며 순간 순간 내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놓칠 새라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새겨본다. 그러다 내 머리의 한계를 알기에 휴대폰 메모장이며, 노트에 적어 넣는다. 지나고 나면 잡을 수 없는 추억의 한페이지가 되버리는게 못내 아쉽기만하다. 

 

어제는 아이들과 함께 구글 사진첩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어린시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리 내서 웃고 있었다. 귀엽다를 연발하면서, 

아이들 아직도 어린것 같은데 참 많이 자랐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이 그립고 아쉽겠지. 

그래서 오늘에 더 집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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