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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14. 2021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시민의식.

남아프리카 약탈과 폭동, 시민의식 이것 밖에 안됩니까



주마 석방 폭동이라고 말하고 코로나 폭동이라 읽는다.


마트에서 갑자기 울린 비상 벨소리에 마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긴장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벨소리, 무슨 일인가 싶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빨리 물건을 계산하고 나와 차를 타고 집에 무사히 오기만을 바랐다.


코로나 락다운이 선포되어 많은 사람들이 식량 비축을 위해 큰 카트를 두 개씩 끌며 사재기했던 2020년 3월,

그때가 다시 찾아온 듯한 풍경이었다. 헬리콥터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불안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집에 들어오면서 철문을 모조리 꽁꽁 잠갔다.


최근 인종차별과 혐오 반대 시위로 어수선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주마 전 대통령이 수감되고 나서부터 주마 석방을 강행하라는 주마 측 사람들의 시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을 시작으로 더반, 케이프타운, 요하네스 버그까지 시위가 번지고 있다. LG화학공장은 약탈되고 불에 타 전소되었으며, 각 대형 마트와 소상공업체까지도 약탈을 당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삼성까지도 피해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들어온다. 거리의 차에 방화를 해서 까맣게 타버렸으며, 상점도 불에 타 재만 남은 곳도 많다. 마트는 약탈 후 불에 탔으며, 이미 거리는 초토화되었다. 점점 가까운 거리로 범죄는 좁혀오고 있고, 이 기회를 빌미로 일반시민들이 약탈에 합세했다. 총격전이 오가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70명을 넘어서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인 마멜로디에서도 일반 주택가 약탈과 한국 소상공인 업체 약탈이 있었다고 소식이 들어왔다.



"별일 없어? 괜찮지? 너네 동네는 괜찮니?"


이미 연합뉴스를 통해 한국에 뉴스가 대대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계속해서 연락이 오고 있다. 이미 불안한 기운은 감돌고 있기 때문에 괜찮지 않지만, 현재 직접적으로 뭔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했다. 코로나 락다운 4단계로 주류 판매가 금지되었고, 이미 실직에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과 원래부터 생활고를 겪었던 사람 모두 기회는 이때다 싶어 모두 다 일제히 들고일어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그저, 시민의식이 이것밖에 안될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제 일반 시민들까지 혹여나 콩고물 떨어지지 않을까 차를 끌고 나가 줄을 섰다.

맙소사…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무렵,

코로나로 죽는 게 아니라, 생활고로 굶어 죽는 게 더 두렵다고 말했던 현지인들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남아공은 그럴 만도 한 상태다. 코로나 락다운으로 물건을 비축할 때 돈이 없어서 식재료 마저 비축하지 못하는 일용직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또 이것도 감정 오지라퍼로서의 걱정이었겠지만, 실제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로 락다운이 지속되자 힘든 감정이 폭발할 데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라도 야속하고, 국민들도 야속하다.


아직 이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겠다. 폭동 확산을 저지하고자 군이 배치됐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엄청난 비리로 수감된 주마 전 대통령인데, 석방 요구를 할 만큼 이런 폭동을 일으킬 일인가 싶다. 어느 나라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런 일을 듣고 보고 있자니 심장이 답답해온다.


벌써 일주일이 되어간다.

언제쯤 잠잠해져 평화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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